나의 이야기

첨찰산 구실잣밤나무

레드얼더 2014. 10. 16. 10:04


지난 일요일 산악동호회원들과 진도 첨찰산 산행에 나섰다. 운림산방 주차장에서 약 10분 정도 오르니, 아주머니 두세 분이 나무 아래서 잣밤을 줍고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그게 뭐냐고 묻자, 딱밤이라고 하면서 인심좋게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모두 건네 준다.

5월 초순 제주도 가족 여행으로 들른 제주도 주상절리대 매표소 근방에서 진한 밤꽃 냄새가 났었다. 언뜻보면 잎은 사철나무를 꽃은 졸참나무 꽃을 닮은 것이 냄새는 딱 밤꽃냄새를 풍긴다. 이 나무가 잣밤이 열리는 구실잣밤나무인데, 서귀포시에 가로수로 심어 놓을 만큼 제주에는 흔한 나무다.

잣밤은 내륙의 온대림 지역에는 없고, 제주나 진도 완도같은 난대림 지역에서 자생하는 난대성 수목이다.





잣밤은 지역에 따라 5~6월에 꽃을 피워 이듬해 10월 중순경에 열매가 익는다. 모양이 잣모양이라고 해서 잣밤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고, 잣맛이 난다고 해서 잣밤이라 불리운다는 말이 있으며 지역에 따라 딱밤, 때밤, 쨋밤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맛은 단맛이 제거된 고구마와 밤맛이 나는 열매인데, 어떤 사람들은 잣맛도 느껴진다고 하더라.


6월 중순


8월 중순


이듬해 6월 중순


이듬해 9월 초


이듬해 9월 중순




잣밤은 따는 것이 아니라, 줍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 가지에 달린 잣밤은 겉보기에는 다 자란 듯 싶지만 속은 텅 비어있으니 잣밤을 딴답시고 괜히 나뭇가지를 꺽지 말자는 것.


이듬해 10월 중순



잣밤은 나무에서 떨어진 직후에는 윤기가 나며 까맣다.


집에 가져와서 닷새 뒤에 찍은 잣밤. 점차 윤기를 잃으면서 갈색으로 변한다.



지난 일요일 첨찰산에서 줏은 잣밤을 졸참나무 도토리와 비교해 본 사진. 잣밤은 참나무과 구실잣밤나무속이지만, 졸참나무는 참나무과 참나무속 교목이다.


잣밤(위) 졸참나무 도토리(아래)



광주에서도 구실잣밤나무를 만날 수 있다. 광주광역시청 진입로 옆으로 20여주가 심겨져 있는데 2009년 제주에서 수령 4~50년이 된 구실잣밤나무를 옮겨와 심었단다.





잣밤이 익는데 2년 가까이 걸린다고 해서 잣밤이 격년, 즉 한 해씩 걸러서 열리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에는 올해 꽃이 피고 다른 가지에는 이듬해에 꽃이 피는 식으로 매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더라. 아래는 참나무 육형제의 열매(도토리)다. 위 잣밤과 졸참나무 도토리가 실제보다 너무 크게 나와서 올렸다. 좌측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떡갈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