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복판에 눈보라라니...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 역에서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실시간 웹캠 화면을 보니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에 화면이 뿌옇다.
하는 수 없이 융프라우요흐는 다음날로 미루고 알프스 정원이라는 쉬니게 플라테(Schynige Platte)와 하더 쿨룸(Hader Kulm)전망대에 오르기로 했다.
7월 9일, 클라이네 샤이덱 (해발 2,061 m). 현재 기온 섭씨 3.5도
일단 기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빌더스빌(Wilderswil)로 간다. 여기서 기차를 갈아타고 쉬니게 플라테로 올라 가는 것이다.
융프라우 산악기차는 가운데 줄이 톱니 레일인 3줄짜리 레일을 사용한다. 톱니 레일은 기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준단다.
비가 갠 듯 하더니 쉬니게 플라테에 다다르니 눈비가 내린다. 아무래도 난 쉬니게 플라테 고산 식물원에서 눈비 그리고 추위의 기억만 담아갈 것 같다.
해발 1967 m 봉우리인 쉬니케 플라테에는 알펜가르텐(Alpengarten)이라는 고산식물원이 있는데, 에델바이스를 포함해 약 500여종의 알프스 꽃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단다. 또한 쉬니케 플라테는 경관이 아름다우며 가벼운 하이킹을 하기에는 최적으로 장소라고 한다.
추워서 떨고 있는 아들을 간이역으로 보내서 쉬게하고, 나는 눈비를 맞으며 기어이 고산 정원을 한바퀴 돌았다.
스위스 자연과 독일의 맥주가 이번 여행에 있어 내 속셈인데, 눈비가 내린다고 포기할 순 없겠지.
anemone narcissiflor, 푯말에 바람꽃이라 적혀 있다. 설악산에서도 핀다던데 이 먼 곳에 와서야 너를 만나다니...
쉬니게 플라테 하이킹을 마치고 간이역으로 들어가는 50대 중후반의 일본인 부부. 우리의 스위스 융프라우 관광이 초기 수준이라면 일본인들의 융프라우 관광은 뭔가 성숙한 느낌을 주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이제 하더 쿨룸으로 향한다.
인터라켄 동역에 내려서 튠 호수 쪽으로 걷다가 작은 다리를 건너면 간이역이 나온다. 하더 쿨룸 전망대는 인터라켄 시내 전경과 튠호수, 그리고 멀리 융프라우까지 보이는 멋진 곳이지만 날씨가 별로다 보니 큰 기대는 진작에 버렸다.
남들 처럼 나도 사진 몇장 찍은 후 내려가려고 하더 쿨룸 간이역 쪽으로 가는데 길가에 야생 딸기가 있다. 숲딸기 (영명: wood strawberry, 학명: Fragaria vesca)다. 재배되는 개량종 딸기하고 똑같이 생겼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서 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전세계적으로 야생 딸기는 7~8종이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는 아메리카 토종 야생 딸기가 개량된 것이라고 하니 이 야생 딸기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딸기의 직계 조상은 아닌 셈이다. 입에 넣어보니 아주 달지는 않지만 맛은 여지없는 딸기 맛이다. 날씨 탓에 하루 종일 꿀꿀하던 내 기분을 검지 손톱보다 작은 야생 딸기가 단번에 풀어준다.
제일 큰 잎을 가지고 비교해 봤다.
하더 쿨룸 전망대에서 하더 쿨룸 간이역까지 180 m 남짓의 거리인데, 들꽃도 많고 산딸기도 4~5 종이나 자생하고 있다.
오늘 마지막 일정은 유람선으로 튠(Thun) 호수 즐기기.
날이 흐려서 별로겠다 싶지만, 먼 이국까지 와서 숙소에만 박혀 있을 수는 없는 일.
꽤 크고 아름다운 호수인데, 날이 흐려서 정말 아쉬웠다. 튠에 내려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되돌아 오늘 것으로 오늘 일정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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