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지금은 신병훈련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아들과 3주일간 유럽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이 아들과 단둘이 갖는 첫 외국 여행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대개 5박 6일로 끝낸 짧은 여정이었던데 비하여
3주일 동안 하루 24시간을 함께 하다보니 즐거운 추억만 쌓은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이해하고 또 화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때 쯤으로 기억하는데, 아들이 방학 때 도쿄에 가고 싶단다.
나는 도쿄를 이미 대여섯 번이 넘게 다녀온 지라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도 기어이 도쿄를 고집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녀석의 속셈은 일본에서 제일 큰 문구점에 들러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샤프펜슬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샤프펜슬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여행 목적지 결정의 가장 큰 이유가 겨우 샤프펜슬이라니...
아들에게 이번 여행 일정을 짜보라고 했더니, 곧바로 축구장을 집어넣는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닌 세 군데나 집어넣는 걸 보면 이번 여행의 속셈은 축구장 투어에 있나 보다.
지하철 U6를 타고 프로트마닝역으로 가는데 Studentenstadt역에서 방송이 나오면서 모두 내린다.
어리둥절 하고 있는 찰나, 일행이 아닌 두 명의 20대 독일 남성이 다가 오더니 유창한 영어로 기차 선로가 공사중이라서
여기서부터는 셔틀버스로 이동한 후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한다고 알려준다.
단 사나흘 뿐이었지만 내가 겪은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공산품 만큼이나 친절함, 예의, 준법정신 등 많은 면에서도 최고였다.
셔틀버스와 지하철을 거쳐서 종착역인 프로트마닝역에 도착했다.
멀리 철망 사이로 FC 바이에른 뮌헨과 TSV 1860 뮌헨의 홈경기장인 알리안츠 아레나가 보인다.
알리안츠 아레나(Allianz Arena)는 알리안츠 그룹이 경기장 명명권을 구입하여, 30년동안 이 경기장은 알리안츠 아레나로 불릴 것이란다.
하지만 국제 축구 연맹(FIFA)은 경기장 명명권 계약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FIFA 공식 경기나 중계 때는 풋볼 아레나 뮌헨(Football Arean Munich)이라 불리운다지.
TV로 경기장 외벽은 플라스틱 재질이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에틸렌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TFE) 호일(foil)이란다.
멀리서 볼 때는 불투명, 가까이 가니 반투명하게 그리고 안에서 보니 거의 투명하게 밖이 보이더라.
이 외부 호일은 바이에른 뮌헨 홈경기 때는 붉은색, 1860 뮌헨의 홈경기 때는 푸른색, 독일 국가대표팀 경기 때는 흰색 조명이 켜진다고 한다.
경기장 외부를 대충 둘러보고 아들과 같이 경기장내 팬샵으로 들어 갔다.
팬샵이라는 곳에 처음 들어가 봤는데 생각보다 크고 또한 종류가 엄청 다양하다.
선수 등번호가 박힌 저지 셔츠의 가격표를 보니 왜 유럽 유명선수들의 티셔츠 판매액이 엄청난 지를 알것 같다.
나중에 아들이 구입한 셔츠를 보니 셔츠에 스티커 같은 걸 붙이고 해서 100 유로 정도 줬다는 것 같다.
아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신이나 있는데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는 꽃이나 보자 싶어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아들이 팬샵에서 기념품을 사고 경기장 투어를 하는 동안 나는 밖에서 풀꽃을 담았다.
나도 경기장 내부 투어에 따라 갈껄 그랬나?
7월의 뙤약볕 아래 그늘이 없으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나저나 금강초롱과 톱풀은 똑같은 것 같은데, 다른 꽃들은 같은 듯하면서도 약간씩 다른 것 같다.
오랑캐장구채를 닮은 장구채는 시레네불가리스(silene vulgaris)로서 시레네장구채 또는 불가리스장구채로 통용된다.
다시 프로트마닝역으로 돌아왔다.
독일 지하철은 개찰구가 없다.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구입하면 탑승에 앞서 간단한 기계에 표를 넣어서 밸리데이션(Validation)을 시키는 것으로 끝이다.
밸리데이션이 된 표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물린다고 하지만 독일에 있는 동안 표검사를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유럽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더 쿨룸의 야생딸기 (0) | 2014.09.14 |
---|---|
유럽의 밤 (0) | 2014.09.14 |
슈로스 하이델베르그 (0) | 2014.09.14 |
유럽의 흔한 낮 풍경 II (0) | 2014.09.13 |
유럽의 흔한 낮 풍경 I (0) | 2014.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