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참기름, 참종이, 참빗, 참사랑, 참스승, 참취 등...
우리 말에는 참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낱말들이 많다. 여튼, 여기서 ‘참’은 진짜 또는 대표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 참꽃, 개참꽃
꽃에도 참꽃이 있으니 진달래가 그것이다. 먹을 수 없는 개참꽃(철쭉)에 반하여 독이 없어 먹을 수 있는 꽃이라고 해서 참꽃이라 불렀다지만 그렇다고해서 진달래가 우리 꽃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바래지는 것은 아니다.
진달래, 광양 쫓비산
진달래는 진달랫과 진달래아과 진달래속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진달래속 식물은 진달래 말고도 철쭉, 산철쭉, 만병초, 참꽃나무, 꼬리진달래, 털진달래 등 24종이 있으며 이들 모두 넓은 의미로는 진달래다.
철쭉, 무등산 백마능선
■ 워싱턴주의 참꽃?
진달래속(Rhododendron)은 전세계적으로는 1024종이 보고 되었으며 미국에도 수십 종이 서식하고 있다. 주로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의 남부 지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여기 캐스케이드 산맥 산악지역에도 대략 10종이 자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주 산악지역에서의 첫 번째 진달래속 흔적은 7월 18일 Surprise Creek Trail에서 찾았다. Surprise Lake를 탐방하고 나서 혼자 느긋느긋 내려오다 철쭉떡병에 걸린 잎을 만난 것이다. 잎 모양이 영낙없이 철쭉잎이다.
떡병걸린 잎, Suprise Creek Trail, 7/9/17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 7월 15일 Rachel lake에서 10여분 정도 내려오는 지점에서 또 진달래 잎을 봤다. 그것도 마치 비교해 달라는 듯이 바짝 붙어있는 두개의 서로 다른 종의 진달래 나무잎을 말이다. 헌데 잎은 분명 둘다 진달래나 산철쭉 잎인데 꽃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진달래꽃이 전혀 아니다.
False Azalea (위), Cascade Azalea (아래), Rachel Lake Trail, Alta Mtn, 7/15/17
■ 캐스케이드 철쭉
이미지 검색에 따르면 흰꽃은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 일대에서 자생하는 캐스케이드 철쭉(Cascade Azalea)며 황토색 꽃 역시 너도철쭉(False Azalea)라는 이름의 진달래속 관목이었다.
Cascade Azalea, Maple Pass, 7/30/17
캐스케이드 철쭉 학명은 Rhododendron albiflorum var. albiflorum로 3500ft 이상의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낙엽관목(잎지는 작은키나무)이다. 7월 15일 이래 4주 연속 매번 산행때 마다 관찰할 수 있었던 사실에 비추어 캐스케이드 철쭉은 캐스케이드 산맥 지역에서 꽤 흔한 수종일 것이다. 그런데 캐스케이스 철쭉을 케스케이드 진달래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이 꽃이 독을 가져서다. 이 꽃은 먹을 수 없단다. 먹을 수 없는 꽃이 진달래, 그러니까 참꽃이라 할 수 없잖는가? 얼마나 독이 강하냐 하면 캐스케이드 철쭉 꽃에서 수확된 꿀 조차도 독이 있을 수 있으니 먹지 말라는 정도다.
Cascade Azalea, Scorpion Mtn(Johnson Ridge), 7/22/17
■ 너도진달래
꽃은 진달래나 산철쭉과는 달랐지만 잎이 진달래나 철쭉과 너무 비슷해서 였을까? False Azalea외에 Mock Azalea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글 이름으로는 너도철쭉이 가장 적당할 듯 싶다. 너도철쭉 학명은 Rhododendron menziesii다. 하지만 Menziesia ferruginea라는 또 다른 학명을 가진다. 이는 2011년 멘제시아속(Menziesia)에서 진달래속으로 재분류되기 전에 가졌던 학명이다.
너도철쭉은 꽃이 허클베리와 닮아서 False huckleberry, Fool's huckleberry라는 이명도 가진다. 잎은 진달래류요 꽃은 허클베리라, 말을 못하고 생각이 없는 나무라 망정이지 만약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억울했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최근 식물분류학에도 유전자 분석 기법이 도입되어 새로이 분류되는 종이 많았는데 너도철쭉이 멘제시아속에서 진달래속으로 재분류된 것도 그 사례중의 하나다. 그러니깐 쉽게 말해서 너도철쭉은 유전자 분석에 의한 친자확인 기법으로 진달래 집안 자식으로 인정받은 셈이겠다.
■ 만병초류(類)
한국의 만병초와 유사한 종이라 만병초라 부르겠다. 물론 만병초 역시 진달랫과 진달래속으로 어엿한 진달래류다. 미국 농무성 식물 데이타베이스에 따르면 워싱턴 그리고/혹은 오레곤에서 자생하는 만병초는 3종이다. Rhododendron(학명: Rhododendron L.)와 Pacific rhododendron(학명: Rhododendron macrophyllum D. Don ex G. Don )는 워싱턴주와 오레곤주에 Western azalea (학명: Rhododendron occidentale (Torr. & A. Gray) A. Gray)은 오레곤주에서만 만날 수 있다.
Western azalea. 출처: WikiMedia, (c) Miguel Vieira
■ 백산차류(類)
진달랫과 멘제시아속(Menziesia)에서 진달래속으로 이사온 너도철쭉(False azalea)과 같은 진달래가 또 있다. 진달랫과 백산차속(Ledum)에서 진달래속으로 재분류된 3종의 백산차류도 이곳 워싱턴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다. 미국 속명은 Labrador tea, Bog labrador tea, Marsh labrador tea며 속이 재분류된 까닭에 각각 학명이 두 개씩이다. 예를 들어 Marsh labrador tea의 원래 학명은 Ledum palustre L.이며 새로운 학명은 Rhododendron tomentosum Harmaja다.
Labrador tea. 사진 출처: blog of Domesticdiva. 바로가기
■ 정원수로서의 만병초
시애틀 인근에서 많이 심는 조경수로 한국 화단의 영산홍만큼 흔하다. 물론 영산홍처럼 대량으로 심지는 않는다. 수십 종이 있으나 대부분 교배종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영산홍은 일본에서 도입된 왜철쭉으로 꽃의 색에 따라 영산홍, 자산홍, 백산홍 등으로 부른다.
미국 자생 진달래인 Great Laurel (학명: Rhododendron maximum) 같기도 하고 교배 혹은 개량종 같기도 하다. 만약 교배를 했다면 seed parent는 Great Laurel이고 pollen parent는 Chapman's rhododendron (학명: Rhododendron chapmanii (Alph. Wood) A. Gray)이거나 한국 철쭉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꽃 크기는 철쭉에 비해서도 훨씬 크다.
원래 만병초 꽃이 다양하거니와 계속되는 교배의 결과로 꽃의 색과 모양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 한국의 특이한 진달래
백산차나 만병초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단지 백두산을 포함한 함경남북도 지역에 분포하는 까닭에 쉽게 볼 수 없을 따름이다. 다음은 남한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특이한 - 진달래나 산철쭉과는 전혀 다른 - 모양과 크기를 가진 진달래를 정리했다.
꼬리진달래 - 한반도 중부이북에서 자생하며 상록성 잎을 가졌고 손톱 크기의 작고 흰꽃이 달린다.
꼬리진달래, 문경 대야산
만병초 - 설악산이나 지리산 고산지대에는 흰색 만병초, 울릉도에는 붉은색 만병초, 그리고 백두산에는 노란색 만병초가 자생한다.
만병초, 설악산. 사진 출처: 야생화클럽. (c) 윤재규
흰진달래 - 일본에서 들여온 흰색 철쭉인 백산홍과는 다른 우리나라 자생 진달래다.
흰진달래. 사진 출처: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SPECIES KOREA)
■ 떡병이란?
떡병(leaf-galls)은 떡병균에 의해 철쭉이나 영산홍, 진달래 등의 진달랫과, 동백나무같은 차나뭇과 그리고 마취목류(類)에 자주 나타나는 병해다. 어린잎, 꽃눈에 생기며 떡병에 걸린 부위는 하얗게 부풀어 올라서 비대해진다. 철쭉떡병에는 독이 있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봄철 떡병에 감염된 철쭉은 사람이나 가축에 독성이 있으므로 식용하거나 가축에게 주어서는 안된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동백나무 떡병은 인간에게 무해하다. 어릴 적 나를 포함한 우리동네 아이들 모두 심심하면 따먹던 것이 떡병걸린 동백나무 부위(동백떡)라 안다.
철쭉떡병 - 자산홍 꽃잎에 철쭉떡병이 걸려있는 드문 광경이다. 철쭉 떡병은 주로 철쭉 잎에 발생한다.
철쭉떡병, 전남 해남군
똥백떡 - 차나무떡병균으로 인하여 잎과 어린 가지가 부풀어 오르고 백색화되었다. 그 모양이 떡을 닮아서 떡병이라 하는데, 특히 동백나무에 발생한 떡병을 동백떡이라 한다.
동백떡, 신안군 흑산면 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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