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무등산장으로 오르다보면 충민사와 충장사를 만난다. 충민사와 충장사는 각각 광주 출신 충신인 전상의 장군과 김덕령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두 충신에 충렬공 제봉 고경명 선생을 더하여 광주삼충신이라 한다. 광주시는 이분들의 시호를 따서 구성로, 충장로, 제봉로라는 도로명을 붙여 그 충절을 기리고 있다.
전상의 장군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지만, 충장공과 충렬공 두분은 무등산에 익숙하셨는 듯 싶다.
무등산 옛길 2구간을 따라서 오르다보면 김덕령장군이 무기를 만들던 제철 유적지가 있으며,
제봉 고경명선생은 무등산을 탐방하고 나서 유서석록이라는 무등산 산행기를 남기셨다.
며칠새 TV와 신문에서 무등산에서 풍혈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으나
무등산 풍혈대 기록은 이미 제봉선생의 유서석록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위치는 모르고 있다가 작년에 이르러 풍혈대의 위치가 발견되고
올해, 천연기념물지정 신청을 위한, 공식적인 조사를 끝내고 대대적인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총산행거리 13.2 km. 연두색선이 오늘 산행 경로다.
풍혈은 누에봉과 꼬막재 사이 해발고도 900 m 이상의 지역에 산재해 있어 풍혈을 보려면 누에봉에 올라야 한다.
누에봉(공식명칭은 북봉)에 오르는 루트는 대략 3가지가 있다.
원효분소(무등산장)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는 코스가 지루하지만 가장 쉽고.
꼬막재로 올라 누에봉으로 곧바로 치고 올라가는 코스는 험하지만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다.
오늘은 후자를 택했다.
사실 누에봉은 산행꾼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다.
서석대 길목인 목교로부터 볼거리도 없는 밋밋한 임도를 따라 1.6 km나 오르려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올라봤자, 군사시설 탓에 더 이상 오를 수도 없으니 누에봉은 한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누에봉은 뒤쪽의 무등산 정상인 천·지·인왕봉을 빼고는 사방이 막힌 곳이 없이 탁 트여있어,
무등산에서 일출을 보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특히 억새가 핀 가을철 누에봉 일출은 장관이라서 사진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일출전에 올라야하는 사진 동호인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꼬막재에서 누에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를 선호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꼬막재의 높이는 640 m. 국립공원측이 새로 설치한 이정목에는 719 m로 적혀있네.
꼬막재에서 규봉암 방향으로 160 m쯤 가면 꼬막재 약수터가 나오는데 약수터에서부터 딱 그만큼만 더 가자.
누에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은 이정목이나 표지판이 없어서 나뭇가지에 매인 산행리본 한두 개에 의지해야 한다.
오른쪽을 주의깊게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
아차하면 갈림길을 놓치기 십상이다.
사진 왼편을 자세히 보면 노란 리본(그나마 뭉쳐있다)이 있다. 여기로 올라가야 한다.
꼬막재에서 누에봉에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른 육산으로 시작된다.
안양산 휴양림에서 안양산을 오를 때가 연상되는 경사길이다. 심하게 가파른 것은 아니지만 산행 초보자에게 권했다가는 나중에 귀가 좀 근질거릴 정도는 된다.
눈으로 덮인 탓에 산행로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지만 10여 m 간격으로 촘촘히 매달린 리본 덕분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코스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백에 아흔아홉은 광주지역 산악회 이름이 적힌 리본이다.
산죽이 펼쳐진 평지같은 길이 잠시 이어지더니 경사가 심한 너덜이 시작된다.
누에봉에 오르는 길은 정북향이다.
정남향의 지공너덜은 물론 정서향의 덕산너덜의 눈은 모두 녹았지만, 북향인 탓에 여기는 아직 눈이 두껍게 쌓여있다.
발을 딛어보니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얼어있어 매우 위험하다.
잘못하다가는 너덜에 빠져서 큰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겨울철에는 이 코스를 피하는 게 좋을 성 싶다.
꼬막재에서 시작한 누에봉 6부 능선쯤 오르니 풍혈이 보이고 35라고 적힌 깃발이 달린 삼각깃대가 꽂혀져 있다.
첫번째 풍혈이다.
외관상으로는 바위밑 낙엽이 젖어있는 점 외엔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 없다.
삼각깃대가 꽂혀 있지 않다면 풍혈인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다.
풍혈과 관련없는 바위 주변의 낙엽은 말라있다.
35번 풍혈 주변에 34번 풍혈이 있었다.
풍혈 안을 들여다보니 한겨울인데도 이끼가 파릇파릇 살아있네.
겨울 이끼는 색이 바랜 상태로 말라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겨울철에 볼 수 있는 이끼의 일반적인 모습.
좀더 올라가니 32번 풍혈이 있다.
다른 풍혈과 달리 이 풍혈에서는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니 풍혈에서 나오는 열기로 렌즈 필터에 김이 뿌옇게 서린다.
풍혈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 탓에 카메라 렌즈 필터에 김이 서린다.
풍혈 몇개를 거치면서 오르다보니 아직 삼각깃발이 꽂혀있지 않는 풍혈이 보인다.
아직 번호조차 받지 못했는가 본데, 너를 스티브 풍혈이라 부르기로 하자꾸나.
누에봉에 오르니 흉물스러운 KBS중계소가 있고 그 옆에 무등산 풍혈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풍혈(風穴, wind-hole)은 여름에 서늘한 바람이 나오고 겨울에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바위틈이나 구멍을 말한다.
여름에 너덜지대로 유입한 공기가 지하의 바위틈을 통과하여 나오는 순간 따뜻한 공기를 만나 단열팽창으로 급속히 냉각되어 냉혈이 만들어지고,
겨울에는 땅속 바위에 유입된 공기가 따뜻해지고 가벼워져서 밖으로 나오면 주변보다 온도가 높아 온혈이 된다.
무등산 풍혈은 바깥기온과 풍혈 내부의 온도가 최대 27°C 차이를 보인다 (평균 20°C 차이 ).
누에봉과 꼬막재 사이 해발고도 900 m ~ 1000 m 사이 지점에서 20개 이상이 발견되었다.
누에봉에는 광주시를 향해서 누워있는 주상절리대가 있다.
대충 짐작하겠지만 바위들이 누워있다고해서 누에봉으로 불린다.
누에봉에서는 더이상 오를 수 없다.
오를 곳이 없어서는 아니다.
누에봉에서 올려다보면 무등산 정상인 천·지·인왕봉도 야트막한 언덕일 뿐이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1.6 km쯤을 내려가면 목교가 나온다.
목교에서 서석대로 오른다.
서석대는 여전하더라.
중봉, 동화사터를 거쳐서 덕산너덜로 향한다.
누에봉 아래의 너덜과 달리 정남향인 덕산너덜에는 눈은 고사하고 물기조차 남아있지 않다.
광주와 덕산너덜을 한 장에 담아보고 싶은데, 잘 안되네.......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등산 복수초 (0) | 2014.03.01 |
---|---|
월출산과 그 주변의 문화재 (0) | 2014.02.25 |
만복대 눈꽃 (0) | 2014.02.10 |
중외공원의 홍매화 (0) | 2014.02.05 |
임실 오봉산과 옥정호 (0) | 2014.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