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12월 13일 (일)
산행지: 순창 채계산(釵笄山) (342 m)
산행코스: 유촌교 - 금돼지굴봉(342 m)- 송대봉(341 m) - 황굴 - 괴정 삼거리
산행거리: 6.18 km
산행시간: 2시간 54분
사실 토요산악회를 따라 도봉산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토요일에 반드시 참석해야할 결혼식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고른 것이, 작년까지 다녔던 일요산악회.
게다가 산행지도 이미 두세 차례 다녀온 특별할 것이 없는 순창 채계산이다.
그냥 연말이니 가서 인사나 나누자 싶어 신청을 했다.
오늘 산행코스 초입인 유촌교 주변이다.
88고속도로(광대고속도로)를 확장하면서 새로 건설된 다리 탓에 지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초입부터 밋밋한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금새 순창 채계산의 정상인 금돼지굴봉이 나온다.
송대봉이 채계산 최고봉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정목에 떡하니 금돼지굴봉이 정상이라 적혀 있으니 그리 아는 수 밖에...
사실 채계산(책여산)은 여러모로 복잡한 산이다.
일단 순창 책여산이 있고 남원에도 책여산이 있어 혼란을 준다.
순창 채계산의 정상도 어떤이는 금돼지봉이라 하고 다른이는 송대봉이라고 한다.
게다가 산 이름도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책여산인데 바위가 책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로 책여(冊如)다.
또 낭자머리에 비녀를 꽂은 형상이라 하며 채계산(釵笄山), 적성강을 품고 있다하여 적성산(赤城山), 또 화산(花山)이라는 이름도 가졌다 한다.
나는 글제목부터 채계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이는 순창군 홈페이지에 사용된 이름이 '채계산'이어서다.
항공사진으로 본 채계산은 영락없는 비녀 형태다.
하지만 낭자머리에 비녀를 꽂은 형상이라는 수식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채계산(釵笄山)의 한자를 풀어보면 비녀 釵(채,차), 비녀 笄(계)로서 비녀 모양을 닮은 산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釵(채,차)는 여자들의 장식용 비녀를 의미하고 笄(계)는 중국에서 남자들이 사용했던 그러니깐 우리의 동곳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깐 채계산은 그저 비녀를 닮았다는 말이지, 꼭 젊은 처자가 비녀를 꽂은 형상이라는 의미는 아닌 듯 싶다.
참고로 비녀를 표현하는 한자어로 釵(채), 笄(계) 외에 簪(잠)이 있는데 簪(잠)은 일반적인 비녀를 뜻한다.
옥비녀를 뜻하는 옥잠(玉簪)과 늦여름 청풍쉼터 주변 도로변에 흐드러지게 피는 옥잠화에 이 簪(잠)자가 쓰인다.
남자의 경우에는 면류관에 꽂는 옥잠도(玉簪導) 또는 금잠도(金簪導)에 簪(잠)이 쓰이는 걸 보면 簪(잠)자는 남녀구분이 없는 것 같다.
(참고서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송대봉 전망대에 올랐다.
첫 사진은 지나온 금돼지굴봉 방향을 두 번째 사진은 앞으로 나아갈 장군봉 방향을 담은 것이다.
장군봉을 오르는 계단 직전에 황굴로 내려가는 길이 나있다.
황굴은 여기서 235m, 즉 왕복 470m 거리.
솔이끼다.
황굴로 가는 길 위에 자라고 있었다.
마침 소나무 낙엽이 솔이끼 위에 떨어져 있어 그 크기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채계산 최고의 비경은 황굴이 아닌가 한다.
황굴은 흡사 콘서트 무대같은, 혹은 노란 조가비를 세워놓은 듯한 형상의 깊지 않은 암굴이다.
높이가 상당한데다 바로 앞은 벼랑이라 멀찍히 떨어져 찍기가 불가능하니 당장 가지고 있는 표준줌으로는 전경을 담을 수 없어 아쉽다.
장군봉부터는 날카로운 암벽 능선이 이어지는데 책을 쌓아놓은게 아니라, 흡사 칼날을 비스듬히 세워놓은 것 같다.
한쪽은 급한 경사면 암벽이요, 다른 한쪽은 낭떠러지라.
여길 걷노라면 마치 작두날을 타는 듯한 아찔한 기분이 든다.
괴정 삼거리로 하산했다.
3시간 남짓의 짧은 산행...
산행이 짧은 이유는 산행 후 특별한 뒤풀이가 예정되어 있어서다.
산행은 좋았다.
뒤풀이는 더할 나위없이 즐거웠고...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듯, 편한 기분으로 흐믓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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