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7월 4일 (토)
산행지: 설악산 대청봉 (1,708m)
산행코스: 한계령 - 대청봉 - 오색탐방센터 - 오색버스터미널
산행거리: 14.9 km
산행시간: 9시간 18분
한계령에서부터 서북능선상의 한 지점(대청봉까지 3.2 km)까지의 탐방 기록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관계로 대청봉 3.2 km 지점 이후부터는 식물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원통에서 10분간 쉰 뒤 장수대를 거쳐 한계령 휴게소에 나를 내려놓았다. 안개 자욱한 한계령 휴게소는 가을이 벌써 왔나 싶을 정도로 쌀쌀하다.
등산 준비를 마치고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는데 처음 보는 덩굴이 있다. 일단 담고 와서 찾아보니 장상복엽담쟁이덩굴이라는데 별명은 미국담쟁이란다. 확실치는 않다.
계단을 오르면 한계령 탐방지원센터가 나오는데 바로 뒤에는 철망으로 된 문이 있다. 군부대도 아닌 일반 산행로에 무슨 문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한계령을 올라 보니 이해가 된다. 대낮에도 힘든 한계령을 한밤중에 오르다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할 터, 공단측에서는 문을 만들어서라도 야간이나 악천후 산행을 통제 할 수 밖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무는 철쭉이다. 사람들은 흔히 철쭉 잎이 작다고 생각하는데 잎이 작은 철쭉은 산철쭉이나 영산홍이다.
철쭉, 2014년 5월 1일, 무등산 백마능선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나무는 산목련.
목련과에 속하는 소교목으로 함박꽃나무가 정식 명칭인데 개목련 혹은 산목련으로도 불리운다.
혹시 사람주나무가 아닐까 했는데 수피를 보니 산목련으로서 한계령을 오르는 내내 계속 만날 수 있었다.
산목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털진달래도 제법 보인다.
작년 5월초 한라산 영실에서 털진달래를 만났지만 잎이 나기 전이라 털진달래 잎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본 털진달래 잎과 똑같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장담까지는 못하겠다는 말이다.^^
참고로 설악산에서 털진달래가 많이 서식하는 곳은 귀때기청봉 주변으로 군락지가 있다고 한다.
오늘 날씨는 참 변덕스러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개비를 뿌린 적도 있었고 안개가 꼈다가 해가 났다를 반복했다.
날씨 탓에 노출이나 WB가 달라져서 동일 수종을 찍어도 사진마다 색이 다르게 나온 경우가 있는데 오늘 털진달래잎 사진이 그렇다.
첫 번째 사진은 안개비가 뿌리던 9시 10분에 두번째 사진은 10시 10분 경에 찍은 것이다.
회목나무도 드문 드문 보이며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낯이 익은 나무들도 제법 보인다. 회목나무, 병꽃나무, 참조팝나무.
올라 가면서 마구잡이로 찍은 사진들이다. 위에서부터 신갈나무, 당단풍, 물푸레나무, 회목나무, 싸리나무, 국수나무, 산딸기, 미역줄나무순이다. 남쪽 지방에 비해서 평균 기온이 낮은 탓인지 산딸기나무는 죄다 높이가 35 cm 이하였다.
금마타리라는데 하는데, 처음 본다.
반갑다.
찍을 때는 모르고 지나쳤는데 이제 보니 잎이 약간 다른 것 같다. 이 녀석도 총포엽을 가지고 있는 건가?
분취라는데 역시 처음 보는 친구다.
그래 너도 반갑다.
그렇다.
총포엽이 따로 있는 녀석이었다.
고로쇠나무.
설악산에도 고로쇠나무가 있었구나.
해발 1214 m에서 나래회나무를 확인했다. 처음 봤을 땐 열매도 달리지 않고 해서 긴가민가했지만 나중에 비교해 보니 분명 나래회나무 잎이다.
얘는 곰딸기 같은데 어째 털색깔이 그렇네.
당장은 곰딸기라고 하자.
어느 순간 하늘이 맑아졌다.
저기 보이는 산은 귀때기청봉이다.
소청, 중청, 대청한테 귀싸대기를 얻어 맞아서 귀때기청이란다.
사진속의 나무는 분비나무다.
구상나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흔히 구상나무는 덕유산 이남인,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의 고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구상나무도 분비나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 봤자 결론은 설악산에는 분비나무만 있다는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기 바란다.
[풀꽃나무 이야기] 한라산의 구상나무
산앵도나무속이 모새나무나 정금나무 느낌이 나는 나무인데 아마 산앵도나무 일거다. 일단은 산앵도나무라 해두자.
10시 11분 33초.
한시간 반가까이 걸었는데 겨우 1 km 올랐다.
길옆으로 지나치는 꽃마다 나무마다 말을 걸어보면서 걷자니 늦어질 수 밖에...
고사리, 분비나무
오늘의 주인공 중의 하나인 나래회나무다. 노박덩굴과 화살나무속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열매에 멋진 나래를 달고 있는 녀석이다. 회나무, 회잎나무, 회목나무, 참회나무, 참빗살나무, 사철나무, 화살나무는 이미 봤지만 나래회나무는 보지 못해서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만났다. 처음 봤을 땐 잎의 크기 때문에 참빛살나무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잎사귀 밑에 숨어 있는 나래회나무 열매가 보인다. 화살나무속 나무들을 잎 크기로 비교하자면 나래회나무 > 참빗살나무 > 회나무 = 참회나무 > 회목나무 > 화살나무 = 회잎나무 순으로 생각된다.
산꿩의다리도 있다.
산꿩의다리라는 이름에서 갑자기 꿩의바람꽃이 연상된다
근데 산꿩의다리 잎과 꿩의바람꽃 잎이 무척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꿩의바람꽃 이름의 유래를 검색해보니 이런 저런 주장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내 추측을 더해 보자면, 겨울철 눈위에 찍힌 꿩의 발자욱을 닮은 잎의 모양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닐까 한다.
모르는 애들이다.
잎이 하얗게 표백된 걸 보면 개다래같은데...
애가 누구더라?
지난 주 규봉암 하단에서도 봤었는데...
찾아보니 박새란다.
소도 안뜯어 먹는다는...
노린재나무도 있었다.
비록 이 나무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단지 두 그루뿐이었지만...
길을 가로막고 있는 물푸레나무 고목(?).
노린재나무와 달리 물푸레나무는 꽤 많다.
등산로 초입에서 부터 얼굴을 내밀던 미역줄나무는 위로 오를 수록 더 많이 보이면서 아래쪽에서 없던 꽃까지 달고 있다.
아마 오늘 한계령과 서북능선에서 가장 흔한 녀석이 미역줄나무일거다.
노루오줌도 미역줄 나무 만큼은 아니지만 꾸준이 얼굴을 내민다.
남쪽 지방에 비해 꽃의 색은 다양한 것 같지만 풍성함은 덜한 느낌이다.
한계령삼거리를 500 m쯤 남겨놓고 다래 수나무가 있었다.
남쪽 지방에서는 한 달 전에 꽃이 졌는데 여기 한계령 다래나무 수꽃은 지금이 한창이다.
혼인색으로 치장한 쥐다래와 개다래 잎. 분홍색이 쥐다래 잎이고 흰색은 개다래 잎이다.
피나무다.
산행을 마치고 동서울행 버스를 타려고 오색터미널로 가는 길에 오색의 한 식당 마당에서도 피나무를 봤다.
피나무를 바라보는 나를 본 주인 아주머니가 비빔밥 먹고 가라며 들어 오란다.
아쉽게도 시간이 없다.
11시 28분 26초.
2시간 32분 43초만에 겨우 한계령삼거리에 올랐다.
2.3 km를 오르는데 2시간 33분이나 걸리다니...
해당화 느낌이 나는 장미과 식물, 인가목이다. 큰줄기에 촘촘하게 나 있는 가시는 영낙없이 해당화인데 꽃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하늘이 맑게 개인 서북능선 좌측으로 귀때기청봉과 공룡능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능선 우측 하늘은 아직도 안개에 쌓여있다.
잎을 세보니 다섯개다.
오엽송일까?
아니면 다른 이름이 있을까?
한 쪽은 개이고 다른 쪽은 여전히 흐리고... 높은 능선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일까? GPS로거로 확인해보니 이 지점의 고도는 해발 1370 m.
괴불나무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혹시 홍괴불나무일까? 인동과 괴불나무속에는 약 30여 종이 있으니 동정(同定, identification)이 쉽지 않다.
바위 틈새에 피어난 돌양지꽃.
척박한 바위에서 자라는 걸 보면 필시 이녀석은 이슬만 먹고 사는 것일게다.
한참을 걸었는데 여전히 걸어온 거리보다 걸어가야 할 거리가 더 남아 있다. 배낭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12시 25분, 허기가 밀려온다. 평평한 돌 위에 앉아 에너지바를 꺼내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잽싸게 뛰어온다. 대개 다람쥐들은 사람으로 부터 1 m 이내에는 접근하지 않는데 이놈은 30 cm 정도 거리를 둔 채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어쩌나 보자하는 심정으로 에너지바 부스러기를 손바닥에 뿌린 다음 손을 땅바닥에 놓자말자 이놈이 내 손바닥 위로 올라온다.
휴식을 마친 후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는데, 맑게 개인 왼편 하늘과 달리 서북능선 오른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멀리 중청봉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중청봉까지는 4 km 남짓 남았을 거다.
세잎종덩굴/요강나물
종덩굴의 한 종류란다.
둥근이질풀.
쥐손이풀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이다.
터리풀?
자주솜대 열매란다.
자주솜대는 멸종위기식물로 보호종.
네잎갈퀴나물???
현재 시간: 13:34:59.
현재 위치: 대청봉까지 3.2 km
너무 지체되었다는 느낌이 확 온다.
현재 시간: 15:13:45
끝청과 중청 그리고 중청대피소를 거쳐서 드디어 대청에 섰다.
대청봉 정상에서 바람꽃을 찍다가 눈에 띄여서 담은 참바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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