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난간에 매달아 놓은 화분속 선인장이 쭈글쭈글해졌다.
선인장은 겨울이 되면 동해를 피하고자 몸의 수분을 줄인다.
겨울나기 준비를 마쳤다는 말이다.
선인장은 한문으로 仙人掌이라 한다.
신선의 손바닥이라는 의미...
이 선인장의 정식 이름은 손바닥선인장 혹은 부채선인장이다.
상인들은 손바닥선인장을 천년초나 백년초라고 하는데,
국어사전에 손바닥선인장은 있으나 천년초라는 선인장은 없는 걸 보면 공식적인 이름은 아닌 듯 싶다.
여행 중에 한 소도시의 슈퍼마켓에 들렀는데, 채소마다 갖은 효능을 적어놓고 있었다.
심지어는 배추나 무까지 효능을 적어 놓은 것을 보고 웃은 적이 있는데,
천년초 백년초라는 대단한 이름을 붙여놓은 걸 보면 그 효능은 또 얼마나 번지르르 하게 꾸며놨을까 싶다.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계시는 어머니도 관절염에 좋다는 소릴 들으셨는지, 고향 지인께 부탁을 하셨단다.
지인 분은 쾌히 마대로 한 부대를 보내오셨고...
가시 제거하는 일을 도와 드리고 나도 몇개 들고 왔다.
고향 친구네집 돌담 위 선인장이 생각나기도 했고 마당이 넓은 처가에서 키워볼까도 싶어서 였다.
선인장은 햇볕 잘드는 곳에만 두면 혼자서 잘 큰다.
여름이면 노란 꽃을 피우는데 아침에 폈다가 한낮에 질 정도로 개화 시간이 짧다.
화려하지만 짧은 수명을 가진 꽃이다.
완전히 성장한 선인장은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다.
하지만 일조량이 부족한 장소에서 키우면 위아래로 길쭉하고 좌우로는 좁은 형태로 자란다.
일조량이 풍부하더라도 좁은 화분에 키우면 개체수 증가에 따라 점차 작은 손바닥이 된다.
지금 베란다 난간 화분속에는 올망졸망한 선인장들이 좁아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손바닥선인장은 두 종류가 있다.
상인들이 천년초라고 하는 우리나라 토종 선인장이 있는데 영하 섭씨 20도의 추위까지 견딘다.
다른 하나는 멕시코 원산지의 선인장인데 백년초라 불리며 추위에 약해 주로 제주도에서 재배된다.
천년초와 백년초를 구별하는 법은 천년초는 잔가시가 많고 백년초는 그 자리에 큰가시 2~3개가 나 있다.
손바닥선인장도 꽃이 지면 열매를 맺고 가을이 되면 익는다.
어제 마트에 갔더니 제주 백년초 열매라면서 팔고 있더라.
제법 단맛이 난다고 하던데, 먹어보지는 않았다.
베란다 선인장 가족도 내년 봄이면 또 식구가 늘어날텐데 화분이 좁아 걱정이다.
서로 있는 듯 없는 듯 데면 데면하게 지냈지만
그래도 10년을 쌓아온 정이 있어 함부로 내다 버리지는 못하겠다.
키워줄 사람이 있을까나?
버리지만 않으면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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