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일요일.
시드니의 하늘과 달리 멜버른의 하늘은 우중충하다.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12사도 바위 일몰을 봐야 하는데 말이다.
멜버른 공항에서 예약해 둔 렌트카를 픽업하여 숙소로 간다.
도로가 좁고 꼬불꼬불한 구간이 많다보니 277 km를 차로 4시간이 넘게 달려야 했다.
더구나 운전대가 오른쪽에 달린 차는 태어나서 처음 몰아 보는지라 피로감은 배에 달한다.
렌트카를 빌릴 땐 외관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사진 덕분에 골치 아픈 일을 면할 수 있었다.
이틀 뒤 검수원이 기록되지 않은 덴트가 있다하여,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알았다며 한발 물러선다.
멀고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은 났지만 나쁘지는 않았던 해안길 드라이브.
주말이라 그런지 해변은 서퍼들로 넘쳐난다.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은 셀프 체크인이다.
이메일로 알려준 번호로 키박스를 열어 오두막의 키를 꺼내면 된다.
흐리던 하늘은 숙소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맑아지다가 숙소에 도착해서는 푸른 하늘로 바뀌었다.
정말 다행이다.
숙소는 딱 내가 원했던 그런 곳이다.
넓고 조용하고... 화려하진 않을지라도 깔끔한 곳.
오두막에서 12사도 바위 주차장까지는 차로 4분 거리.
주변은 온통 목초지다.
The Twelve Apostles.
The Twelve Apostles는 호주 포트 캠벨 국립공원의 해변가에 있는 석회암 무더기를 말한다.
원래 12개 였는데 서너 개가 파도에 무너져 8개 정도만 남아 있다 한다.
우리말로는 12사도 바위라 하는데 엄밀하게 말해서 바위라고 하긴 좀 그렇다.
허나 이름이 뭔들 무슨 상관이랴?
12사도 바위를 마주하는 순간, 인천공항까지 리무진 버스를 시작으로 시드니까지 그리고 멜버른까지...
그리고 멜버른 공항에서 이곳까지의 4시간이 넘는 운전으로 쌓였던 그간의 여독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보이는 것은 파도에 허물어진 석회암층일 뿐인데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신비감은 또 뭐란 말이냐?
해는 뉘엿뉘엿 수평선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포트 캠밸 국립공원 해변의 앞바다는 배스해협이고 먼바다는 인도양이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경계에 위치한 배스해협은 때론 인도양이었다가 때론 태평양이 된다.
그렇다면 저 수평선은 어디쯤 놓여 있을까?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다.
카메라 렌즈는 캐논이지만 바디는 소니 A7R2.
호주에는 소니 A7 시리즈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은근 많이 보인다.
캐논 천국인 우리나라에서 니콘 바디를 만나는 정도라고 할까?
수평선 위를 띠처럼 두른 검은 구름 탓에 해가 바다로 빠지는 장관까지는 만나지 못했다.
허나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잔뜩 찌푸렸던 날씨를 생각하면 이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잔치는 끝났다.
뱀다리:
전망대 위에 서 있는 내 눈의 높이를 해발 60 m라 할 때 수평선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면 27.713 km가 나온다.
따라서 수평선은 배스 해협에 놓여 있으며, 배스 해협 서쪽 끝에 해당하므로 인도양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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