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8일 (토)
이번 주말은 벤쿠버에서 하릇밤을 자고 오기로 했었다. 아들은 제 엄마가 온다고 삼백 몇십불짜리 호텔을 예약해 놨었고.. 근데, 나흘전엔가 호텔에서 전화가 왔다. 메이드들이 파업중이라 불편하실테니 취소하시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약간 불편해도 괜찮다고 답했었는데, 어제 갑자기 호텔에서 강제 취소 통보가 왔다. 뭐, 어차피 나는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 내자하고 아들만 보낼려고 했었는데다, 이번 수요일에 개강한 아들까지 과제가 너무 많아서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문제는, 아들이 바쁘니 내가 내자와 놀아줘야 하는 것이라... 그래서 찾은 곳이 아티스트 포인트. 셕산산과 베이커산을 구경하고 캐나다로 건너가 점심을 먹고 오는 코스면 하루 일정으로는 적당할 것 같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두 산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질 못했고 벤쿠버 야래향 짜장면은... 흠, 말을 말자.
초가을 등산복에 얇은 바람막이만 걸치고 갔었는데, 어찌나 춥던지 꼭 얼어 죽는 줄 알았다.
반드시 패딩을 가져오라 했었는데 먹거리 담아 오느라 공간이 부족해 안가져 와서 아들 옷을 입고 나섰다.
면을 좋아하다 보니까 짜장면 역시 좋아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달에 두번 정도는 교외에 있는 수타짜장면집을 찾곤 했었다. 근데 시애틀에 와 보니 다른 한국음식과 마찬가지로 짜짱면 또한 수준 혹은 맛이 많이 떨어지더라. 벤쿠버 한국 음식은 여기 시애틀보다는 낫다는 소리가 있어 첫 벤쿠버 여행의 목적지를 이곳 중국집으로 잡아 봤다.
삼선짜장면과 삼선짬뽕을 시켰는데 내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삼일치 소금을 한 번에 먹은 것"처럼 짜다. 짬뽕 국물뿐 아니라 짜장도 역시 짰고 면발은 짜짜로니 보다 더 흐물거린다. 너무 짠 탓에 속이 꼬였던지 집에 와선 화장실을 두세 차례 들락거려야 했다.
벤쿠버 한국 음식에 대한 환상은 국경을 통과하는 순간 고이 접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로...
뱀다리
벤쿠버를 다녀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집에서 7.2 마일 떨어진 Kenmore라는 동네에 있는 한국 화교 출신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수타 짜짱면을 판매하고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딱 그 짝이 아닌가? 면은 한국의 수타 짜장면집에서 먹었던 바로 그 식감이었으며 짜장 소스도 내 취향이었다. 두 차례 찾았는데 첫 방문에서 좀 짜다는 느낌이 들어 두 번째 찾았을 때 low sodium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짠맛이 훨씬 덜한, 그러니까 적당한 소금 간의 삼선짜장면을 즐길 수 있었다. 이곳도 한국의 여느 수타면 중국집 주방처럼 주방 한 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손으로 면을 뽑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 놨더라.
참고로, 우리 집에서 야래향은 120 마일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