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일 (월)
먹을 수 있는 것,
먹을 수 없는 것,
그리고 먹어서는 안되는 것.
요즘 야생 딸기에 꽂혀서 주말마다 2번 국도를 타고 있는데, 디지탈리스(혹은 디기탈리스)가 도로변에 한창이다.
디지탈리스(Digitalis purpurea)는 유럽 원산의 현삼과 두해 또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로 영어권에서는 여우장갑(Foxglove)으로 중국에서는 모지황(毛地黃), 한국에서는 심장풀로 불린다. 심장풀이라는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디지탈리스에서 추출되는 디지탈린은 강심제로 쓰여왔다.
영국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장편 추리소설 '죽음과의 약속'에는 디지탈리스가 등장한다. 소설에서 사용된 독약이 디지톡신인데, 디지톡신은 디지탈리스에서 추출되는 네 가지 활성원소인 디지탈린, 디지토닌, 디지탈레인, 그리고 디지톡신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성분이다. 따라서 디지탈리스(Foxglove)를 강심제로만 알고 남용하다가는 크나큰 변을 당할 수 있다.
린우드 도서관 대여본.
'죽음과의 약속' 2장 2절.
디지탈리스와 함께 곧 2번 국도 도로변을 지킬 또 다른 꽃의 이름은 분홍바늘꽃.
잎이 버들잎을 닮아 버들잎바늘꽃이라는 다른 이름도 가진 이 초본 식물의 미국 이름은 Fireweed(불풀)이다. 불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은 불에 탄 지역에 제일 먼저 싹을 틔우는 식물 중의 하나여서란다. 실제로 1980년 화산 폭발로 황폐화되었던 마운트 헬렌에서 가장 먼저 솟아난 풀 중의 하나가 이 불풀이었으며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불에 탄 영국 런던 지역을 차지한 식물도 불풀이었다.
맹독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디지탈리스(Foxglove)와 달리 불풀은 버릴 게 없는 식물이다. 어린 잎과 꽃은 샐러드로, 여린 싹(shoot)은 아스파라거스 대용으로, 뿌리는 말려서 커피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불풀은 백패커들이 알아둬서 손해볼 건 없는 풀이겠다.
이건 9월 첫째날에 담은 불풀(Fireweed).
Brackett's Landing South.
재작년 여름께에 적어놨던 글인데 오늘 '조선시대 사약 재료 '초오' 끓여먹은 70대, 의식 잃고 사망'이라는 기사를 읽고 다시 정리해봤다. 초오는 놋젓가락나물의 뿌리를 칭하는 한약명이다. 극독 성분을 지닌 식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적당히 쓰면 약이 되고 과하면 극독이 되는가 보다. (전해 들은 이야기라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LA쪽에서 한인 노인 한 분이 차에 디지탈리스(Foxglove) 꽃을 띄운 차를 즐겨 마셨는데 치사량을 넘겼던지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다.)
놋젓가락나물. 영광 불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