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범바위와 구실잣밤나무
산행지: 완도군 청산도 범바위
산행일: 2014년 9월 17일 (수)
산행코스: 도청항 - 당리(3) - 청계리(2) - 범바위 - 말탄바위 - 권덕리 - 구장리 - 당리(3) - 도청항 (약 14.4 km)
지난 토요일 아내와 무등산에 올랐다.
무등산에는 으름덩굴이 아주 많다.
특히 중머리재에는 으름덩굴이 지천인데, 으름이 꽤 열렸더라.
벌어진 으름이 있어 따 먹다보니 어릴 적에 먹어본 멍 생각이 난다.
봄에 찍어둔 으름 암꽃. 암꽃 하나에 대개 수꽃 3개씩 달린다. 으름 꽃에는 꽃잎이 없으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란다.
청산도는 난대림 지역으로서 온대성 식물인 으름덩굴은 찾기 힘들다.
대신 난대림에는 멍이 있는데, 표준말로 멀꿀이라 하며 난대성 상록활엽수로 으름덩굴과에 속한다.
으름덩굴 사촌인 셈이다.
8월 말에 담은 으름(위, 무등산 중머리재)과 멍(아래, 진도 첨찰산).
사진출처: http://www.botanicalgarden.ubc.ca,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식물원 및 식물연구 센타 홈페이지
이게 씨가 많아서 그렇지, 맛은 아주 그만이다.
익으면 멍이 든 것 같은 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멍이라고 하고, 또한 꿀처럼 달다고 해서 멀꿀이라고 부른단다.
청산도 어느 집 돌담에 멍이 많다길래 사진도 찍고 사서 먹어볼까하고 산행에 따라나셨는데, 이리 묻고 저리 물으면서 헤매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 감이나 좀 따가시요." 돌담옆에 서 있는 한 할머니와 대화 끝자락에 내내 조용히 있던 다른 할머니가 툭하니 던지시던 말. 여튼 3개 따서 맛있게 먹었다.
멍은 보지 못했지만 대신 청산도에는 없는 줄 알았던 자생 구실잣밤나무를 범바위 위에서 찾았다.
구실잣밤나무는 후박나무, 가시나무, 동백나무와 더불어 대표적인 난대성 상록활엽교목이다.
시골에서는 잣밤을 쨋밤, 재밤 혹은 딱밤이라 부른다.
잣밤은 진도나 완도, 또는 제주 같은 난대림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서귀포시에 가면 가로수마저 구실잣밤나무 일 정도로 흔하다.
5월쯤에 제주도에 가면 밤꽃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이게 구실잣밤나무꽃 향내다.
구실잣밤나무는 5~6월에 꽃이 피고 이듬해 10월에 익으니, 열매가 익는데 2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광주에서도 구실잣밤나무를 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청 진입로 옆으로 20여주가 심겨져 있는데 2009년 제주에서 수령 4~50년이 된 구실잣밤나무를 옮겨와서 심었단다.
청산도
물도 푸르고 산도 푸르렀지만 하늘은 칙칙하였더라.
청산도에는 장딸기가 그야말로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잎이 작아 사슨딸기인 듯 싶었는데, 아닌 듯.. 멍석딸기는 두 가지 변종이 있는데, 잎 뒷면에 털이 없는 청멍석딸기, 잎의 길이가 2cm로 작고 줄기에 가시가 많은 사슨딸기가 있다.
정금나무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뭍의 정금나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상동나무인데, 섬지역에서는 이것을 정금나무라 부른다.
범바위에서 말탄바위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꽃이 잔뜩 달린 보리밥나무가 있다.
보리밥나무를 설명하려면 나무 이름에 '보리'가 들어가는 나무들의 계보를 따져줘야 하는데 이게 또 여간 복잡한게 아니다.^^
우선 토종 보리수나무(보리수나뭇과)가 있고, 석가모니의 인도 보리수(뽕나뭇과)가 있으며, 사찰보리수인 보리자나무(피나뭇과)가 있다.
토종 보리수나무를 보자면 한반도 전역에서 자라는 낙엽성 보리수나무가 있고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자라는 상록성 보리수나무가 있다.
낙엽성 보리수나무는 보리수나무를 비롯하여 왕보리수, 긴보리수, 민보리수, 뜰보리수, 올보리수나무 등 대여섯개의 변종이 있다.
상록성 보리수나무는 보리장나무, 큰보리장나무, 보리밥나무, 녹보리똥나무 등이 있는데, 보리밥나무는 큰보리장나무와 보리장나무는 녹보리똥나무와 유사하다.
보리수나무는 5~6월에 꽃이 피고 가을인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큰보리수나무나 뜰보리수나무는 4~5월에 꽃이 피지만 여름인 6~7월에 익는다.
반면 난대종인 보리장나무와 보리밥나무는 가을이나 늦가을에 꽃이 피고 열매는 봄에 익는다.
링크 - 보리장나무(보리수나무 속 주요종들 비교표)
링크 - 보리밥나무와 보리장나무의 구별
보리장나무는 10~12월에 꽃을 피우고 보리밥나무는 9~10월에 꽃을 피운다. 즉, 9월 17일에 찍은 이 나무는 보리밥나무겠다.
큰보리장나무, 2014년 3월 29일 신안 증도
왕보리수나무, 2014년 6월 1일 백양사
붙임) 청산도 향우동산에 수령 30년쯤 된 구실잣밤나무 4~5 그루가 심겨져 있었고, 범바위 아래쪽에는 수고 1.5m 내외의 구실잣밤나무 가 수십주 이상 식목되어 있었다. 두번에 걸친 산불로 범바위 주변 숲이 모두 불탔다고 한다. 범바위 정상의 구실잣밤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미루어 볼 때, 범바위 주변에도 구실 잣밤나무가 있었는데 화재로 모두 불타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