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이서에서 오른 시무지기 폭포
건강을 위해 수요일에는 반드시 산행을 하려고 하는데, 요즘들어 수요일마다 핑계거리가 생긴다.
목요일은 비가 많이 와서 못가고, 오늘 금요일 배낭을 꾸렸다.
그래도 비가 좀 왔으니 시무지기 폭포에는 물이 흐를까나?
산행지: 시무지기 폭포와 규봉암
산행일: 2014년 6월 13일 (금)
산행코스: 이서분교 - 인계리 용강마을 - 시무지기 폭포 - 규봉암 - 장불재 - 영평리 도원마을 - 이서분교 (약 13.0 km)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에는 화순초등학교 이서분교가 있다.
이서분교는 무등산 무돌길 7길이 끝나고 8길이 시작되는 곳이며,
광주역에서 시작하는 무등산순환버스의 정류장 중의 한 곳이며,
화순군내버스터미널에서 시작되는 무등산국립공원 탐방지원버스 종점이다.
이서분교 왼쪽, 그러니깐 이서분교 교문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기준으로 하면 오른쪽에 무돌길 이정목이 있다.
이정목을 따라 올라가면 용강마을이 나온다.
이서분교에서 용강마을까지 거리는 700 m다.
삼거리가 나온다.
화순군 이서면 인계리 용강마을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서 40 m정도 걸어가면 민족생활교육원 양현당 입구가 있다.
2~30 m쯤 더 가서 양현당 뒤편 모퉁이(여기가 용강마을 삼거리 일거다)에서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탐방로가 나온다.
나는 왼쪽 길을 택했다.
뭘 조성하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에 끝에 보이는 한옥이 민족생활교육원 양헌당이다.
올라가 보니, 전원주택 택지가 조성되어 있다.
화순군에서 조성하여 분양한 것 같은데, 택지 조성이 지연되었거나 분양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었나 보다.
계획대로라면 작년 5월에 택지 조성을 마치고 올해 5월까지는 주택이 모두 들어서야 했을 텐데, 완성된 주택 1채, 건축 중인 주택 1채, 총 2채 뿐이다.
택지 뒤편으로 멀리 건축 중인 제법 큰 건물이 보인다.
규모를 보니 호텔이 아니면 콘도 같은데, 짓다가 중단된 지 제법 된 폐건물 같기도 하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화장터를 짓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되고 요양병원으로 변경하여 공사를 진행하던 중 작년에 공사장 인부의 사망사고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란다.)
무등산 방향으로 계속 오르니 솔섬수도원과 호렙산수양관이 나온다.
수양관을 끼고 돌아 더 올라가면 또 다른 전원주택이 나오는데, 이 집이 마지막이다.
이 집을 지나면 탐방로가 시작된다.
전원주택이나 별장 혹은 수양관 모두 주택 양식이 제각각이다.
조만간 화순군 인계리 청풍마을에서 세계 주택 양식 박람회를 열어도 되겠다.
그래도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수양관 두 곳을 포함해서 외지인들이 지어놓은 집/건물들은 모두 개를 키우는데, 근방을 지나기만 해도 시끄럽게 짖어댄다.
어떤 집은 주인이 듣다못해 그만 하라고 해도 계속 짖는 것을 보면 똥개가 분명하다.
마지막 집을 2~30 m 앞에 둔 길 옆에 산딸기가 있다.
기름진 땅에서 자라서 일까?
산딸기가 꽤 크고 맛 또한 훌륭하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 동네 마트에서 산딸기를 팔고 있었다.
크고 먹음직스러워서 수입 산딸기 종이겠지 싶었는데, 이걸 보니 밭에서 제대로 관리하여 키운 우리 토종 산딸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 바위를 끼고 돌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서분교에서 등산로 초입까지의 거리는 약 2.0 km.
등산로(탐방로) 초입에서 0.9 km를 올라가면 입석교가 나온다.
입석교와 시무지기교는 최근 무등산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탐방로를 정비하면서 새로 만든 다리다.
탐방로 초입에서 입석교까지는 평지길에 가깝다.
방금 지나온 마을길과 다른 점은 탐방로는 숲이 우거져 그늘이 지고, 정신없이 짖어대는 개들이 없어 조용하다는 점이랄까?
입석교 앞에 피나물꽃이 있었다.
잎을 꺾으면 피색깔의 수액이 나와서 피나물이라 부른단다.
입석교를 건너면 진짜 등산로가 시작된다.
로프가 없으면 오르기 힘든 구간도 있다.
뭐 그래봤자 여기서부터 단지 600 m만 올라가면 된다.
시무지기 폭포다.
어제 비가 제법와서 기대가 컸었건만, 시무지기 폭포의 별명이 왜 비와야 폭포인지 실감하게 해준다.
저 다리는 시무지기교로서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없었다.
탐방로 보수공사를 하면서 새로 만들었겠지.
그래도 폭포 옆 나무 그늘 밑에 있는 넓직한 바위 위에 앉아 있노라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한 10분 남짓 앉아 있다가, 털고 일어났다.
규봉암은 여기서 2.1 km 떨어져 있단다.
시무지기 폭포의 장관은 장마철에만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장마철에는 길이 미끄러워 위험하다는 것인데, 특히 시무지기 폭포 주변은 경사가 급하고 흙길이 많아서 매우 위험한 구간이었다.
무등산 국립공원측이 이를 파악하지 못할리는 만무...
작년 7월 경부터 정비를 시작하더니 오늘 거의 1년만에 와보니 길이 엄청 좋아졌다.
위험한 탓에 작년에는 혼자만 왔었는데, 올해는 아내를 끌고 와도 괜찮을 것 같다.
20분 정도 올라가면 시무지기 갈림길이 나온다.
규봉암은 왼쪽이다.
내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수리딸기가 참 탐스럽다.
수리딸기는 대개 별로인데 말이다.
회목나무다.
꽃이 작은 단추같기도 하고 아이들 옷에 붙은 반짝이 같기도 하다.
규봉암 축대 밑에는 산딸기 나무가 많다.
익을려면 아직 멀은 것 같아 그냥 지나치는데, 맞은편 박쥐나무 꽃이 내 손을 잡아 끈다.
규봉암에 올라 서자 마자 눈에 들어 오는 규봉암 항공사진.
작년 가을 드론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달고 입석대를 찍는 것을 봤었는데, 그 사람들이 찍었나?
어쨌든 이 사진 탓에 기가 죽어 규봉암을 찍고 싶은 마음이 멀리 달아난다.
어찌됐든 하늘에서 내려다 본 광석대, 멋지기는 정말 멋지구나.
이래서 광석대와 규봉암을 들르지 않고는 무등산에 왔다 갔다는 소리를 하지마라는 말이 나왔겠지.
소심한 나는 후다닥 쫓기 듯 급하게 규봉암 사진을 한장 찍고 관음전 뒤로 숨었다.
예전에 여기서 줄딸기를 봤던 것 같아서다.
그런데, 줄딸기가 아닌 곰딸기다.
줄딸기 꽃 한장 담기가 이리 힘드냐?
옆에 있는 길마가지 열매로 눈이 간다.
잎자루에 강모가 없는 걸 보면, 길마가지가 아니라 숫명다래나무일지도 모른다.
밥 한덩이에 구운 김 하나, 그리고 양갱 2개만 들고 왔더니 배가 고프다.
덕산 너덜 주변 산뽕나무에서 오디를 따먹었다.
오디가 크기는 작지만 맛까지 작지는(?) 않았다.
하늘은 맑았다 흐렸다 오락가락 한다.
가끔은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너덜길을 가로지르는 탐방로도 잘 정비가 되어 있다.
작년 아내가 여기서 발을 약간 접질렀던 기억이 난다.
석불암은 들르지 못했다.
축대가 무너져 공사중이란다.
여기 석불암 갈림길에서 장불재까지는 1.3 km.
이때 쯤 장불재 동쪽, 그러니깐 화순 이서면 쪽에는 꽃비가 내린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한눈을 팔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 덧 도원마을.
꽃은 모르겠고 나무는 옻나무와 고추나무다.
도원마을은 영평리 2구.
이리 저리 기웃거리면서 걷다 보니 이서분교가 600 m 앞에 있단다.
다 왔다.
이 마을은 영평리 영신마을이다.
영평리는 영신마을과 유평마을(이서분교 근방)에서 한자씩 따서 지었다고 한다.
영신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뽑히기도 했으며
주변에 이율곡과 송모씨가 이곳을 지나다 샘물맛을 보고 반천이라 이름지었다고 전하는 설시암이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호남사람들에게 별로 달갑잖은 저 사람은 구봉암이니 운장산이니 반천이니...
호남 땅에 흔적을 참 많이도 남겨뒀다.
영평리 입구다.
이서분교에는 여기서 250 m를 더 가야 한다.
화순군내버스터미널에서 시작되는 무등산국립공원 탐방지원버스 명목상 종점은 이서분교라 하나, 실질적 종점은 여기 영평리 입구다.
버스는 이서분교 앞에서 차를 돌려 화순군내버스터미널로 되돌아 가야 하는데,
이서분교 앞의 협소한 도로에서는 버스를 돌리기가 어려워 여기 영평리 입구 삼거리에서 돌리는 까닭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