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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카라멜나무

레드얼더 2019. 10. 21. 11:14

2019년 10월 18일 (금)



시애틀은 일본의 흔적이 적지 않은 도시다. 대표적인 예로 시애틀에서 스시 음식점과 테리야키 식당은 한국 길거리의 중국집만큼 흔하다. 일본 나무도 마찬가지로 일반 주택의 정원수나 관공서의 조경수로 제법 쓰이는데, 한국에서 계수나무라 불리는 일본과 중국 원산의 katsura tree도 그중 하나다. Katsura tree를 일본에서는 '계(桂)'라고 쓰고 '가쯔라'라 읽으며 미국에서도 일본 이름 그대로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Katsura tree의 별명은 Caramel tree다. 단풍이 들 즈음 잎에서 카라멜 향이 나는 까닭이다.




오늘은 내 생일. 아들이 저녁을 먹자길래 따라 나섰다.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가는데 달콤한 향이 가득하다. 둘러보니 노란 단풍이 진하게 든 Katsura tree 한 그루가 서 있고 거기에서 강한 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근데 향기가 너무 진하다. 주변에 Caramel tree가 많아서 자주 냄새를 맡아보는데 이렇게 향이 강한 녀석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돌연변이가 아닐까 싶다.




이름에 계수나무 '계(桂)'자가 들어 있는 나무는 향이 강하다. 계피나무가 그렇고 월계수 나무가 또 그렇다. 한 그루만 있어도 온 골목을 꽃향으로 뒤덮어 버리는, 그래서 천리향 만리향이라는 별명을 가진 금목서, 은목서의 중국 이름 또한 계화(桂花)로 '계(桂)'자가 들어간다. Katsura tree도 향이 강하다보니 '계(桂)'라 이름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누군가가 한문 '계(桂)'자를 보고 별 생각없이 계수나무라 이름지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Katsura tree를 윤극영님의 반달에 나오는 계수나무로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그나저나 Katsura tree 번식법은 실생과 삽목이다. 내년 봄에 가지를 잘라와서 심어봐야겠다.




아.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고 로컬 맥주라는 흑맥주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