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 간다
2019년 10월 13일 (일)
며칠 전 아들이 주차장에 세워둔 차의 범퍼를 누군가 긁고 도망간 뺑소니 사건이 있었다. 이번 주말 아들은 범퍼 수리를 받으려 차를 맡겼으며, 덕분에 아들을 라이드를 해줘야 하는 나는 어디 멀리는 가지 못하고 집 근처에서만 빙빙 도는 신세가 되었다. 따라서 찾은 곳이 짧은 방문이 가능한 영화관과 워싱턴 파크 수목원. 수목원을 찾은 토요일은 가벼운 비를 뿌리는 흐린 날이었다.
워싱턴 파크 수목원(Washington Park Arboretum UW Botanic Gardens)에는 미선나무를 비롯하여 대한민국 고유종 식물이 몇 종 있는데 오늘 담아온 섬단풍도 그중의 하나. 섬단풍은 육지 당단풍의 변종으로 울릉도를 비롯한 진도 흑산도 등지의 우리나라 섬 지역에서 자생하며, 잎이 9개에서 11개로 갈라진 당단풍과 달리 11개에서 14로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학명은 일제 강점기에 나까이라는 작자가 다케시마 단풍이라는 고약한 이름을 붙여놨다.
섬단풍나무와 가까운 곳에 우리나라와 만주 지역에서 자생하는 복자기 단풍나무도 있으나 섬단풍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푸릇 푸릇했다. 하지만 섬단풍 바로 옆에 있는 고로쇠(Acer mono) 단풍나무는 노랗게 물이 들어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미국 풍나무(American sweetgum)가 드물지 않게 심겨져 있는데 처음 이곳에 와서는 미국 고로쇠 쯤 되는 줄 알았다. 미국 풍나무 열매는 단풍나무군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잠자리 혹은 부메랑 형태가 아니라서 금새 눈치챘지만 말이다. 사진의 붉은 잎이 미국 풍나무 잎이며 노란 잎은 고로쇠 잎이다.
베르날리스 풍년화 (Hamamelis Vernalis) 영어 속명은 Ozark witchhazel. 봄에 꽃을 보면 분명 풍년화지만 지금 잎과 열매는 개암나무와 무척 흡사하다. Ozark은 미국 중남부인 Missouri, Oklahoma, 그리고 Arkansas에 걸쳐 있는 산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당연하게도 이 지역이 Ozark witchhazel 자생지다. 근데, 이 친구도 가을 색이 참 곱네.
사진을 보고 나서도 왜 witch-hazel이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면... 흠... 상담을 한번 받아보도록...
산진달래 (학명 Rhododendron dauricum L.). 시베리아, 몽골, 만주, 그리고 우리나라 북부지방과 제주도에서 자생한다는데 처음 본다. 영어 이름은 Dahurian Rhododendron로서 Dahuria는 Transbaikal 지역의 옛 이름인데, 여기서 Transbaikal은 바이칼 호수 동쪽의 산악지역을 이른다. 그나저나 제철은 아닌 것 같은데 꽃을 피우고 있다. (Transbaikal에서 trans는 beyond의 의미.)
3일 연속 하루 한 편씩 본 영화는 브레드 피트 주연의 Ad Astra,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 주연의 Joker, 마지막으로 윌 스미스 주연의 Gemini Man. Ad Astra는 평이했고 Joker는 호아킨의 연기가 돋보였으며 Gemini Man은 이안 감독이 이렇게 허술했던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사진은 호아킨 피닉스로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황제의 아들 콤모두스 역으로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친구다. 사진은 구글에서 퍼왔으며 저작권자는 Warner Bros.
글래디에이터가 만들어진 해가 2000년이니 벌써 19년이 흘렀다. 1974년 생이니 당시 20대의 중후반이던 호아킨 피닉스는 이제 우리 나이로 오십을 앞둔 46살이다. 세월은 참으로 무상하구나.
(c) 2019, Warner Bros.
- Joaquin Phoenix walked out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