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 Muir
2019년 5월 18일 (토)
Camp Muir
해발 10,188 ft (3,105 m)
레이니어산은 타호마 또는 타코마산이라고도 불리운다. 여기서 타호마(Tahoma)는 인디언 Puyallup 부족의 말로서 "that frozen water"라는 뜻. 2015년 북미 최고봉인 알래스카 매킨리산(Mount McKinley)의 공식이름이 '높은 곳'이라는 뜻을 가진 알래스카 원주민 이름인 디날리산(Mount Denali)로 변경된 바 있다. 레이니어산 또한 언젠가는 인디언 이름인 Mount Tahoma로 변경될 날이 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여튼, 오늘은 타호마산 Camp Muir 등반이다.
난 대개 카메라를 정상께에서 꺼내지만... 오늘은 깔딱고개를 오르고 나서 바로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낸다.
올라가기 시작할 땐 (사진처럼) 사람이 많질 않았는데 Camp Muir에 가까워 질수록 마치 이동중인 개미 무리 마냥 길게 이어진다.
오늘 함께 한 사람들. 남성은 마운틴 스키를 여성은 스노우 슈즈를 신고 있다. 두 사람은 조만간 타호마산 정상 등반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오늘도 그래서 오른 건데 내가 끼어든 상황이다.
신발에 돌이 들어 갔는지 아프다. 돌을 꺼내려 앉은 김에 족사진 한 장...
결국 Camp Muir에 올랐다. 일단 나는 고산병 증세는 없는 걸로... 고산병은 해발 2500~3000m 이상의 높은 산에 올랐을 때 볼 수 있는 병적 증세라는데, 여기는 해발 3,105 m다.
타호마 정상과 주변의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이 변덕스러운 날씨 변화가 무서운 이유는 구름이 그냥 작은 물방울로 이뤄진 것이 아닌 얼음 알갱이라는 점. 이런 구름 속에 갇히는 것을 white out이라 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구름이 개일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는 것이다. 화이트아웃은 블랙아웃의 흰색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몇년 전 한국에서 타호마산 등반을 왔던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2인팀이 화이트 아웃속에서 헤매다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사진은 당시 사고가 났던 Camp Muir 오른편에 있는 절벽. 반대쪽에서 보면 병풍바위처럼 생긴 암벽이다.
하산길. 아쉬워 계속 뒤돌아 보지만, 미련을 두지 말고 어서 가라는 듯, 타호마는 구름 스카프로 얼굴을 감춘다.
타호마산에는 정상등반 도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적인 팀이 세 개 있다. 비용은 2,500달러이며 3~4일의 교육을 가진 다음 프로 가이드가 정상으로 안내한다. 아마 사진 속의 무리들은 Camp Muir 아래서 교육을 받고 있는 정상등반 서비스 고객들. Camp Muir는 정상등반 베이스 캠프다.
눈이 녹아 드러난 돌에는 지의류가 지표면에는 몇가지 나무떼기 풀떼기들이 자라고 있다.
오늘의 나무떼기는 이중에서 노란잎(golden foliage)을 가진 가솔송. 남한에서는 자생하지 않고 백두산이나 함경도 지방 고산지대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여기 북미에서는 Pink mountain heather라는 이름을 갖으며 마찬가지로 고산지역에서 서식한다.
지지난해 7월, Surprise Lake에 담은 가솔송 꽃. 가솔송의 송(松)은 소나무를 의미하지만, 소나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솔이끼가 소나무와 어떤 연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솔잎을 닮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과 같은 이유다.
자고 일어났더니 가슴에 Camp Muir라 적힌 표장(insignia)이 달려있네. ㅋㅋㅋ (교관님께 감사드립니다.) 7시 30분에 시작해서 5시 50분, 그러니까 10시간 20분이 걸렸다. 아주 날랜 사람은 8시간, 그리고 대개는 9 ~ 10 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난 뭐 처음인데다가 일행이 늦는 바람에 내려오는 길에 풀떼기 나무떼기 구경도 하고 또 한참을 기다리면서 쉬기도 했었으니... 그나저나 스노우 슈즈를 8시간이 넘게 착용하고 있었더니 다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