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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소스산의 잔디

레드얼더 2017. 9. 25. 02:07

2017년 9월 23일 (토)
Yellow Aster Butte Trail

공돌이인 내게 있어 아폴론, 아폴로하면 아폴로 13호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그리스 신화속 아폴론은 태양과 예언 및 의술, 궁술, 음악과 시를 주관하는 신, 즉 태양의 신이자 또한 예술의 신이다. 음악과 시의 수호자인 아폴론은 파르나소스 산에서 아홉 뮤즈들의 놀이를 주재하였다고 하는데 이런 신화들 덕분에 파르나소스산은 문예의 상징이 된다.


‘아폴로’중 아폴론과 세 뮤즈의 춤, Photograph by Paul Kolnik



오늘 Yellow aster butte 트레일에서 파르나소스산의 잔디(grass of Parnassus)라는 이름의 꽃을 만났다. 정확한 종명은 fringed grass of Parnassus인데 물매화과 물매화속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Parnassia fimbriata다. 꽃잎 가장자리에 술 장식((蘇)이 달린 모양새 탓에 fringed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으니 한글 이름은 술물매화 쯤으로 하면 적절하리라.

아쉽게도 지금은 철이 한참 지난 탓에 꽃의 상태는 최악이다.





어떤 연유로 물매화속 식물이 파르나소스산의 잔디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또한 파르나소스산에 물매화가 많은 지 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파르나소스산의 잔디라는 이름에 고개가 끄떡이는 이유는 서너 해 전 무등산 장불재에서 만났던 물매화의 요염함 때문이다. 사진은 좀 흐리지만, 파르나소스산에 산다는 뮤즈들의 고고함과 함께 하는 요염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나라에는 물매화와 애기물매화, 이렇게 2종이 자생하는데 '가을 야생화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래 사진은 화순 용암산에서 담은 물매화로 헛수술 끝이 20여개로 갈라져 있다. 애기물매화는 제주도 지역에만 분포하며 헛수술 끝이 3~8개로 갈라진다고 한다. 맨 마지막 사진은 암술 끝이 마치 빨간 립스틱을 바른 듯 붉은 물매화 변종으로 립스틱 물매화라는 애칭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