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 구절초와 쑥부쟁이
무식한 놈 /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가을의 산과 들은 들국화로 넘쳐난다지만 실제로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꽃은 없다. 들국화는 단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의 꽃을 총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화과 중에서도 특히 산국속과 참취속을 들국화라고 하는데 산국속의 대표적인 들국화는 구절초이며 참취속은 개쑥부쟁이가 가장 흔하다. 들국화는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막상 꽃을 보면 비슷한 꽃이 많아 구분이 쉽지 않는데, 여기서 들국화의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국화과 산국속 - 산국, 감국, 구절초
국화과 참취속 - 참취,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개미취, 벌개미취, 해국
■ 국화과 산국속
산국 꽃은 새 10원동전 크기고 감국은 500원 주화 크기다. 산국은 꽃잎이 쓰고 감국은 달다.
산국, 영광 백수
감국, 목포 영산강
구절초는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들국화다. 우리나라에는 30여종의 구절초가 있으며 이들은 대개 잎모양에 따라 구분된다.
구절초, 화순 용암산
분홍 남구절초, 대흑산도
가는잎구절초, 광주호
■ 구절초의 잎
구절초를 구분하는데 있어 잎 모양은 매우 중요한 동정포인트다. 여기서 가늘기가 다른 4종의 구절초 잎을 비교해 본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구절초가 30여 종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크나큰 차이는 없다. 예를 들어 포천구절초는 키 작은 가는잎구절초이며 낙동구절초는 잎자루가 약간 긴 구절초라고 보면 되겠다.
남구절초 - 잎이 두껍고 윤기가 있으며 끝은 얕게 갈라짐
구절초 - 잎끝이 넓고 깊게 갈라짐.
산구절초 - 잎이 구절초에 비해 가늘다.
가는잎구절초 - 잎이 심하게 가늘다.
참고로 1년생 잎은 2년생 이상의 잎에 비해 모양이 다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구절초 1년생잎
가는잎구절초 1년생잎
서식 환경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다음은 해발 900 미터 지점, 바위 위에 핀 바위구절초다. 잎은 일반 구절초와 다름이 없으나 키가 작고 깊은 산 바위 위에서 자란다. 바위 위에서 자라다보니 충분한 물과 영양분을 얻기 어려워 키를 더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바위구절초, 무등산 지공너덜
■ 국화과 참취속
참취는 꽃보다 취나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취나물은 국내에 60여 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그 중 참취, 개미취, 각시취, 미역취, 곰취 등 24종이 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중 수확량이 가장 많으며,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참취다.' [1]
참취, 화순 용암산
까실쑥부쟁이, 지리산
섬쑥부쟁이, 대흑산도
쑥부쟁이, 화순 용암산
참취속의 들국화 중에서는 개쑥부쟁이가 가장 흔하다. 개쑥부쟁이는 환경에 따라 흰색 혹은 자주색 꽃이 핀다고 한다. 남색 혹은 보라색 꽃도 있는데, 사실 자주색이라는 것이 남색과 붉은색이 합해진 거라 상황에 따라 분홍 혹은 보라로 보이기 때문일거다.
개쑥부쟁이, 완주 대둔산
개쑥부쟁이, 완주 대둔산
벌개미취, 광주호
해국, 영광 백수
해국, 영광 백수
■ 더벅머리 개쑥부쟁이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들국화는 구절초,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벌개미취 이렇게 4종이다. 이중에서 유일한 산국속인 구절초는 잎은 쑥의 잎과 흡사하여 구분이 쉽지만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벌개미취는 잎이나 꽃의 색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쑥부쟁이, 개쑥부쟁이는 잎의 변이가 심하다보니 막상 꽃을 앞에 두면 당황하게 된다.
참취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벌개미취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벌개미취는 각각 독특한 모양의 꽃받침을 갖고 있어 이를 이용하면 쉽다. 특히 개쑥부쟁이의 꽃받침(정확히는 꽃받침이 아닌 포엽·bract)은 마치 수북하고 거칠게 난 머리털, 즉 더벅머리 모양을 지녀 꽃이 피기 전이나 진 후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개쑥부쟁이
개쑥부쟁이
참취,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참취,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구절초와 벌개미취는 잎모양도 다르고 꽃의 색도 다른지라 혼동할 일은 없다. 단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어 찍어둔 것이다. 벌개미취의 꽃받침은 입구가 넓은 공기그릇 모양이며 꽃받침 가장자리는 자주색으로 물들여져 있다.
구절초, 가는잎구절초, 벌개미취
구절초
벌개미취
■ 구절초와 쑥부쟁이
다음 들국화의 이름이 뭘까? 산국속의 구절초와 참취속의 쑥부쟁이는 잎 모양이 서로 달라서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면 무식한 놈 소릴 들어도 하등 억울하게 없다.
작년 가을에 담은 들국화 사진을 근 1년만에 정리했다. 나머지 정리가 덜 된 것은 오늘자 폴더에 쑤셔넣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