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酉年 월출산
산행일: 2017년 1월 30일 (월) 대체휴일
산행지: 월출산 천황봉 (809m)
산행코스: 금릉경포대 주차장 - 경포대 삼거리 - 천황봉 - 경포대 삼거리 - 금릉경포대 주차장
送沈子福歸江東 - 王維 楊柳渡頭行客稀、罟師蕩槳向臨圻 唯有相思似春色、江南江北送君歸。
버드나무 늘어진 나루터에 행인도 드문데
사공은 노를 저어 저편 기슭으로 가는구나
그대를 그리는 마음이야 봄빛과도 같지만
강남이든 강북이든 돌아가는 그댈 배웅하네.
연휴 내내 함께 한 왕유의 送沈子福歸江東이다.
마치 내 인생에서 또 한 해를 떼어내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대변하는 듯 하여 몇 번이나 읽었다.
그제였던 28일 토요일은 설날이었다.
어제 일요일에는 겨울비가 내렸었고...
비 그친 오늘, 언제부턴가 설날이나 추석때면 꼭 참석해야하는 연례 행사인냥 오르던, 월출산을 오른다.
기대를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산아래는 마치 초봄처럼 온화한 날씨인데 정상엔 상고대가 피었다.
겨울비와 천황봉의 칼바람이 빗어낸 작품이리라.
살을 저미는 듯한 칼바람에 급히 사진만 몇장 찍고 천황봉에서 쫓기듯 하산한다.
한 해 동안 가슴에 쌓인 앙금과 고민도 칼바람이 씻어가 주면 고마울텐데...
하산 길, 하늘색이 더욱 고와진다.
올 한해 내 마음도 오늘 하늘처럼 푸르기만 하여라.
오늘 담아온 친구는 개비자나무다.
개비자나무는 주목과로 지난 주 덕유산에서 만난 주목과 한 집안 식구다.
경포대 코스로 오르는데 비자나무와 개비자나무가 혼재하고 있어 비교해 본다.
개비자나무는 주목에 비하여 깃꼴 겹잎의 폭이 두배 가까이 넓고 비자나무는 주목의 잎과 얼추 비슷한 폭을 가진다.
잎의 색이 서로 다른 것은 개비자나무 잎이 탁한 색을 띠고 있기도 했지만 주된 이유는 개비자나무는 그늘아래서 찍고 비자나무는 햇빛 아래서 찍어서다.
기회가 되면 둘을 나란히 두고 찍어봐야 겠다.
수피의 순서 또한 개비자나무, 비자나무 순이다.
올라오는 길에 노안초교에 들러 담은 납매, 납매화.
피운지가 꽤 되었는지 시든 꽃도 적지 않다.
여튼, 바람이 심해서 담는데만 급급한 사진이다.
덧붙이기:
왕유의 7언시(七言詩) 送沈子福歸江東(강동으로 돌아가는 벗 심자복을 보내며)는 둘째 구절만 빼고는 평이한 한자가 사용되었다.
따라서 둘째 구절만 살펴보도록 하자.
罟師蕩槳向臨圻
罟師(고사) - 漁父를 의미.
蕩槳(탕장) - 노를 젓다.
臨圻(임기) - 물가와 접한 뭍.
罟罘(고부)는 그물이고 罟師(고사)는 어부다.
나룻배 사공이 아닌 어부가 노를 젓는다는 것은 작은 어선을 빌려 강을 건넌다는 뜻일 거다.
중국어에서 圻(기)는 경기(京畿)라는 뜻과 변경(邊境)이라는 뜻을 가진다. 여기서 경기(京畿)는 수도 및 그 부근의 지방을 말한다.
따라서 臨圻(임기)는 맞은편 뭍을 의미하거나 경기 지방을 뜻할 수 있다. 내 추측은 중의적(重意的)인 의도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다.
존 한자사전(http://www.zonmal.com/)과 다음 어학사전(중국어)를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