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주목과 구상나무
덕유산 국립공원 깃대종은 구상나무와 금강모치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덕유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종은 주목이 아닐까 싶다.
덕유산에는 1000여 그루의 주목이 자생하는데 대부분은 향적봉과 중봉사이의 군락지에 몰려있다.
여기 군락지에는 주목과 구상나무가 혼재한다.
이 둘을 구별하는 방법은 수피를 확인하는 것이다.
주목은 수피가 붉고 부드럽지만 구상나무는 거칠다.
사실 주목은 수피 뿐만 아니라 심재 또한 붉다하여 붉은나무라는 뜻으로 붉을 주(朱)를 쓴다.
세밀하게 관찰하면 잎모양도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비자나무 잎처럼 양쪽으로 펼쳐진 주목의 잎과는 달리 구상나무 잎은 사방으로 둥그렇게 난다.
게다가 하얀색을 띈 기공선으로 인하여 구상나무 잎 뒷면은 주목 잎과 달리 매우 하얗다.
항상 그렇지만, 변종은 반드시 있는 법.
구상나무처럼 잎이 사방으로 나는 주목도 있다.
재작년 10월 말 합천 남산제일봉 산행 중에 청량사 매표소 아래께서 담은 주목 열매다.
주목은 소백산 태백산 등의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한다지만 관상수로도 많이 심고 있어 저지대나 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주목·구상나무 군락지에는 잣나무도 보였다.
소나뭇과 소나무속 잣나무의 수피는 어린 소나무에 가깝지만 잎은 다 자란 소나무와 구분이 쉽지 않다.
비록 속(屬)은 다르나 구상나무도 잣나무와 같은 소나뭇과다. (구상나무는 소나뭇과 전나무속)
돌아오는 길에 잠시 삼공지구에 들렀다.
지난 일요일 해가 진 다음에 하산하는 바람에 놓쳤던 독일 가문비나무와 물박달나무를 담기 위해서다.
독일 가문비나무와는 독일에서 첫만남을 가졌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가는 기차 여행 도중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속에 독일 가문비나무가 서 있었다.
마치 안데르센 동화 삽화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독일 가문비나무는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독일에 다시 갈일이 있다면 그땐 차를 렌트해서 더 가까이 다가서보리라 마음먹고 있던 나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우리 땅에 옮겨져 자라고 있었단다.
아래 사진은 주변에서 찾은 독일 가문비나무 열매다.
두 번째 사진은 잎을 주목의 잎(오른쪽)과 비교해 본 것이다.
독일 가문비나무(왼쪽)와 주목의 잎
구상나무(왼쪽)와 주목의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