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나무 열매
폭염이라 수요 산행은 포기하고 능주사로 달린다.
지난 번에 담아온 산제비란의 상태가 궁금해서다.
춘양면의 한 마을을 지나는데 도로변에 쉬나무가 있다.
꽃은 이미 지고 이제 열매가 자라고 있는 상태.
열매의 표피가 흰색이라 멀리서 보면 마치 꽃이 피어 있는 둣 하다.
나무의 키가 크기도 하거니와 바쁘게 오가는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나무 가지가 연신 흔들려 담기가 쉽지않다.
쉬나무는 운향과 쉬나무속 잎지는 넓은잎 큰키나무.
꽃은 6~7월에 새 가지 끝에 흰색의 양성화가 무더기로 핀다.
중국 원산으로 수유나무라는 이명이 있으며 옛날에는 기름을 얻기 위해서 마을 주변에 많이 심어 길렀다.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호남 지방에서는 들깨 대신 쉬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켰다.”라는 기록이 있다.)
키는 10 ~20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며 새의 날개깃 모양, 즉 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이 끝부분에도 달려 있어 전체 개수는 7~11개로 홀수깃꼴겹잎(奇數羽狀複葉)이 되겠다.
수피는 회갈색을 띠며 매끈한 녀석도 있고 사마귀 형태의 점으로 가득한 녀석도 있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마을이었던 내 고향에는 3~40년 전만 하더라도 호롱불로 어둠을 밝히던 집에 제법 있었다.
물론 실내에서는 그을음이 적은 석유 남포불을 썼지만 부엌처럼 반(半)개방된 공간에서는 상어기름 어유를 사용한 호롱불을 켰다.
석유는 구입하려면 돈이 들지만 물고기 부산물에서 얻을 수 있던 어유는 공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내륙에서는 동물 기름이나 아주까리, 들깨기름 또는 때죽나무나 동백나무, 그리고 쉬나무 기름을 호롱불 연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중에서 그을음이 적은 쉬나무 기름이 가장 선호되었다고 하는데 양반들은 이사를 갈 때도 쉬나무와 회화나무 종자는 반드시 챙겨갈 정도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