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나들이

Coopers Green

레드얼더 2016. 3. 18. 22:30


재작년 아들과 함께 했던 유럽여행 땐 거의 매일 맥주를 한두 병씩 마셨었다.
근데 이게 매번 다른 브랜드의 맥주를 마시다보니 대략 30종의 맥주를 마셨다는 기억 외엔 어떤 맥주를 마셨는지는 기억이 없다.

하여, 이번 호주 여행에서는 한 종류의 맥주만 마시기로 했다.





시드니에서 묵었던 곳은 PARKROYAL Darling Harbour로 그저 그런 4성급 호텔이다.
Hotels.com에서 주중 1박당 24만원에 예약을 했으나 체크인하면서 확인해보니 조식이 빠져 있었다.
그러니깐 조식비를 포함하면 29만원인 셈이다.

한가지를 제외하곤 별로 맘에 들지 않은 호텔인데 그 단 한가지가 실내 흡연금지 정책.
물론 호텔의 자체적인 정책이 아니라 호주 정부의 정책이겠지만 말이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시청역 (Town Hall Station)으로 걸어서 6~7분 거리다.
시청역 2번 출구를 나서면 울워쓰(Woolworths)라는 마트가 있고 마트 옆에는 작은 보틀샵(bottle shop)이 있다.

보틀샵이란 술을 파는 가게를 말한다.
호주는 우리나라처럼 모든 가게에서 술을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류 판매 라이센스가 필요한데 이게 우리나라와 달리 획득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란다.





호주 첫날 - 시드니

보틀샵 직원에게 맥주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Coopers라는 맥주를 꺼내 준다.
정확한 이름은 Coopers Brewery Original Pale Ale로 라벨의 색깔을 따라 흔히 쿠퍼스 그린이라 부른다.
(50대 백인 남성인 보틀샵 직원이 큐퍼스로 발음하는 걸 보면 쿠퍼스가 아니라 큐퍼스가 맞는 지 모르겠다.)
여기서 페일 에일은 도수가 약한 맥주를 말하며 쿠퍼스 페일 에일은 알콜 도수가 4.5%다.





호주 둘째날 - 시드니

오늘은 쿠퍼스 그린을 두 병 집어 왔다.
블루마운틴 트레킹에서 흘린 땀과 수고(?)에 대한, 내 자신에게 주는, 작은 상이다.
캥거루 육포도 사왔지만 쇠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만 먹는 특별한(?) 입을 가진 내가 시도해 보긴 무리다.

쿠퍼스 그린은 라거맥주의 싸한 맛을 싫어하는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다.






호주 셋째날 - 시드니

달링하버의 Nick's Seafood라는 레스토랑에서 쿠퍼스 페일 에일을 마셨다.
보틀샵에서는 한 병에 4.00 AUD을 지불했지만 여기선 한 잔에 8.50 AUD였다.





두 사람이라 말하니 어둑 어둑한 안쪽으로 안내한다.
동양인이라서 외진 자리로 안내한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매출이 적을 2인용 테이블은 식당에서 제일 어둡고 외진 곳으로 모아놓은 것 같다.
어두운 탓에 카메라 감도를 심하게 높였더니 사진이 노이즈 투성이다.
또한 어둡다 보니 심도도 낮고 초점도 제대로 맞지 않고 말이다.

메뉴 중에는 캥거루 스테이크도 있었다.





등심 스테이크(Rib-eye steak)를 시켰더니 과도 비슷한 크기의 칼을 가져다 준다.
도대체 얼마나 두꺼운 고기가 나오길래 이런 칼을?







시저스 샐러드의 계란 위에 놓인 물체는 앤초비, 그러니깐 멸치 젓갈이다.
그냥 멸치 젓갈만 한 개 놓아둔 것이 아니라 국물까지 부었는지 샐러드가 꽤 짜다.

그나저나 피자에만 앤초비를 탑핑하는 줄 알았더니 시저스 샐러드에도 집어넣네.





호주 넷째날 - 포트 캠벨

멜버른 공항에서 차를 렌트하여 포트 캠벨로 오는 도중 마트에 들러 와인과 쿠퍼스 그린을 한 병씩 샀다.
숙소에서 버거용의 얇은 스테이크를 구워 안주를 삼아 사온 와인과 맥주를 마신다.

와인은 피노 누와 품종으로 만든 Windy Park라는 상표의 레드와인인데 정말 형편없는 와인이다.
30대 호주인 커플이 들고 나오길래 나도 덩달아 한 병 집어 온 것이다.





요건 다음날 아침에 먹은 해장국.^^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것 때문에 검역대에 서 봤다.
가공식품도 신고하지 않으면 엄청난 벌금을 때린다고 협박(?)하길래 신고서를 작성하고 검역 라인에 섰다.
다섯 명씩 두 줄로 세워 두고 훈련된 개로 하여금 냄새를 맡게 하더니 됐단다.
뺏길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호주 다섯째날 - 멜보른

오늘은 술 구경을 못했다.
공항 가까운 곳에 방을 얻었는데 저녁 7시를 넘겨서 체크인을 하다보니 호텔 바깥은 어둡고 인적조차 드물다.
그렇다보니 밖으로 나가기가 꺼림칙하여 이튿날 아침까지 계속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멜버른으로 오기 전, 12사도 바위 방문센터에 있는 매점(kiosk, 공원매점)에서 구입한 아이스크림 바.
이건 분명히 유럽에서 한 번쯤 먹어본 것 같다.






호주 여섯째 - 시드니

점심은 시내에서 스테이크 버거로 했다.
접시에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그리고 샐러드 약간, 마치 미국 영화에 나오는 동네 레스토랑 식이다.
거기다가 식당 이름도 뉴욕 뭐뭐...였으며 웨이츄레스 아줌마는 뉴욕 브루클린 악센트의 이태리식 영어로 말을 한다.

그리고 선물사러 들른 QVB에서 커피 한 잔씩.
대낮부터 맥주를 마실 순 없으니깐...





호주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대신 블랙커피가 있는데 작은 잔을 숏 블랙, 큰 잔을 롱블랙이라고 한다.

이것은 숏블랙으로 우리나라 자판기 종이컵의 3/5 크기의 컵에 반쯤 채워준다.
맛은 꼭 아메리카노 2 ~ 3잔을 농축해 놓은 것 마냥 진하다.
너무 써서 희석해 마실려고 따뜻한 물 좀 부어 달랬더니 50센트를 더 내란다.





Circular Quay의 벤치에 앉아서 쿠퍼스 그린을 홀짝거렸다.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이구나하는 그런 기분에 젖어서 말이다.






그리고 나서는 오페라 극장 레스토랑에 들러 수제 햄버거를 흡입했다.
크기도 크기거니와 호주산 와규로 만든 패티가 어찌나 맛있던지.

샐러드에 뿌려진 땅콩은 그 땅콩이 맞다.
뉴욕 공항에서 항공기를 되돌린 그 땅콩 말이다.






햄버거 직경은 14.5~15 cm며 가격은 23,000원 쯤 된다.






호주 일곱째날 - 시드니 공항

면세점에 Penfolds의 카버네 쇼비뇽 한 병과 Yalumba의 쉬라즈 한 병을 들고 왔다.
호주는 생산량으로는 세계 7위며 수출은 세계 4위일 정도로 와인 산업이 발달되어 있고 또한 그에 상응하게 생산자도 많다.
만약 호주 와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Penfolds, Yalumba, Kilikanoon, Two Hands, Torbeck 중 하나를 고른다면 실패하지는 않을거란다.




붙임말: 쿠퍼스 그린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판매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