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에 봄이 오는 소리
산행일시: 2016년 3월 6일 (일)
산행지: 무등산 옛길 2구간
어제와 그제 내린 봄비로 양껏 배를 채운 이끼는 푸르름을 되찾았더라.
이끼 뿐이랴?
조릿대도 노루발도 겨울의 칙칙한 초록을 벗고 봄초록으로 바꿔 입었고...
주검동 위쪽으로 이끼가 잔뜩 낀 너덜 지역이 있다.
이끼너덜 아래로는 숨겨진 개울이 있어, 오늘같은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엔 저음의 소리를 토해 내는데 그게 참 묘하다.
마치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같다고나 할까?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봐도 알아듣지는 못한다.
분명 봄소식을 전하고 있을텐데 말이다.
이끼너덜을 가로지르면 곧 털조장나무를 만나게 된다.
털조장나무는 상징적으론 무등산 국립공원 깃대종이며 생태적으론 무등산과 조계산 일원에서 만날 수 있는 갈잎떨기나무다.
녹나뭇과에 속하니 이른 봄에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의 사촌이겠다.
가운데 길쭉한 것이 잎눈이며 잎눈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꽃눈이다.
꽃이 피면 꽃이 새싹을 목도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
벌써 꽃눈을 터트린 녀석도 있다.
3월을 넘기고서 만개했던 지난 해에 비해 올해는 좀 빨라질 듯 하다.
주변에 꽃눈이 달려있는 않은 털조장나무도 있다.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어려서 일까?
무등산 충민사앞 화암동 도로변에는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가 서 있다.
예닐곱 그루 쯤 되는데 자생은 아니고 식재해 놓은 녀석들이다.
산수유가 큰소리로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풀꽃 봄의 전령사라면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나무꽃 봄의 전령사다.
꽃이 시작되는 계절, 봄.
여기 저기서 반가운 꽃소식이 들려오고 내 가슴은 금방이면 터질 것 같은 꽃망울처럼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