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에서 구입한 카본 삼각대
"우체국 택배입니다."
"네, 경비실에 부탁드립니다."
"외국에서 온 소포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가 왔다.
고장난 삼각대 부품이 도착했나보다.
집에 와서 박스를 열어본다.
삼각대 다리 버클 뿐만 아니라 부탁하지 않았던 나사와 스프링도 들어 있다.
그러니까 열흘 전인 9월 13일,
광석대 일출 감상을 마친 뒤 삼각대를 접는데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알루미늄 소재의 삼각대 다리 버클 중 한 개가 부숴졌던 것이다.
구조적으로 약한 탓도 없진 않지만 실수로 인하여 버클에 무리한 힘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삼각대 다리 버클.
왼쪽은 망가진 버클, 가운데와 오른쪽은 오늘 받은 버클.
이 삼각대는 지난 5월 14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구입한 중국제 카본 삼각대다.
그동안 SLIK사의 미니삼각대를 가볍다는 이유 하나로 애용해 왔지만 키가 너무 작은 결점은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전망대 등의 보호 펜스 높이는 넘어서야 할 것 아닌가?
오른쪽이 SLIK 미니 삼각대.
무게는 비슷하면서 키가 20cm 이상 큰 삼각대라는 조건으로 검색하니 탄소섬유 소재의 삼각대 밖에 없었다.
문제는 알루미늄에 비해서 가벼운 탄소섬유 소재의 삼각대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
국내서 구입하려면 적어도 37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
삼각대를 간이 등산스틱 용도로도 사용할 정도로 함부로 쓰는 내 입장에서 37만원은 좀 아닌 것 같아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졌다.
제품 평도 괜찮고 가격도 엄청 저렴할 뿐 아니라 무료 FedEx 배송으로 일주일 안에 받아 볼 수 있는 삼각대가 있었다.
Benro 짝퉁으로 생각되는 Dic&Mic E302C.
사양은 대충 이렇다.
무게(삼각대 플레이트 포함) 1372g
폈을 때 158cm / 접었을 때 35cm
금속 스파이크 제공 / 모노포드로 변환 가능
가격은 당시 환율로 132,000원
모노포드로 변환이 가능하다.
Benro 호환 플레이트 사용이 가능하다.
삼각대 다리를 180도 위로 꺽어올려 접으면, 즉 뒤로 접으면 SLIK 미니와 높이가 같아진다. 접었을 때 길이는 35cm.
Dic&Mic E302C는 뒤로 접으면 최소 길이가 되어 수납이 용이해 진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삼각대를 180도 꺽어서 뒤로 접을 때는 버클을 누른 상태로 접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버클이 부러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열흘 전 나에게 실제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왼손 엄지로 버클를 눌렀지만 손가락은 미끄러졌으며 결국 버클이 쪼개져 버린 것이다.
집에 와서 살펴보니 버클만 있다면 쉽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알리익스프레스 판매 페이지에 들어가 판매자에게 메세지를 남겼다.
메시지를 남긴 시간이 밤 11시 45분, 내일 오전에는 답을 주겠지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스마트폰에서 신호음이 들린다.
알리익스프레스 앱이었다.
판매자가 메세지에 답을 했단다.
내가 문의글(메세지)을 남긴 지 2분 뒤인 밤 11시 47분에 답이 왔다.
우리와 시차가 1시간인 중국도 지금 한밤중인 오후 10시 47분일텐데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 시간에 응대를 할 수 있는 거지?
물론 유럽이나 북미 지역의 주문에 신속하게 응대하려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잘 알려지지 않는 작은 중소기업이 24시간 응대라니...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물어보더니 무상으로 부품을 보내주겠단다.
조건은 망가진 버클을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달라는 것.
그 부품이 열흘만인 오늘 도착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차이나포스트를 통한 일반배송에 있어 열흘이라는 기간이 얼마나 신속함을 의미하는지.
아X코리아 GPS855 USB 커넥터 덮개.
중국 삼각대 제조사의 친절하고 신속한 응대에 감탄함과 동시에 몇 개월 전 국내 회사로부터 겪은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올해 4월 중순, 구입한 지 10개월 된 GPS855라는 GPS로거의 고무로 된 USB 덮개가 두 토막이 났다.
GPS로거를 사용할 때마다 USB 케이블을 이용해서 PC로 데이타를 전송했더니 견뎌내질 못한 것이다.
무상 보증기간이 남아 있으며 또 겨우 2 cm에 불과한 고무 덮개 한 개에 얼마나 하겠냐 싶어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수입사인 아X코리아는 덮개는 보내 줄 수 없고 대신 GPS로거를 자사로 보내주면 수리가 가능하며 비용은 1만원이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오해가 있나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덮개는 악세서리며, 악세서리는 보증기간이 6개월이라는 핑계를 댄다.
생활 방수 기능이 있다고 선전하면서 그 생활 방수 기능을 보장하는 USB 커넥터 덮개가 악세서리라니...
핑계치곤 궁색하기 그지 없다.
그럼 판매를 하라니깐, 판매는 또 안한단다.
악세서리라면서 개별 판매는 안한다니...
요샛말로 '헐'이다, 허~얼.
결국, 다른 사람들은 이상없이 잘 사용하는데 너만 망가졌다고 하니 네 과실이 분명하다,
따라서 소비자 과실로서 무상보증 제공을 해줄 수 없다는 식의 소리까지 듣고서는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보증기간내에 있는 제품의 부속품, 그나마 몇 백원이 채 안되어 보이는 고무 덮개로 억지를 부리는 회사와 더 이상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위 사진은 본 블로그 내용과 상관 없음... blah, blah, blah...
요즘들어 우리나라 주요 공산품의 제조 기술력이 조만간 중국에게 따라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부쩍 자주 들려온다.
하지만 기술 수준 추월을 우려하는 자들 조차도 서비스 수준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알리익스프레스같은 국제 기준의 온라인판매 서비스나 이름없는 중국 삼각대 제조사의 사후 서비스를 보라.
우리 중소 기업의 행태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관련링크 : 아X코리아 CanWay(GPS855) 문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