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머리재 소방헬기
집에서 쉬다가 귀대하겠다는 아들 뜻에 따라 여름 휴가가 무산되니 딱히 할게 없다.
아들만 남겨두고 내자와 단 둘이 떠날 수도 없고 말이다.
요즘은 음식 조절 중이다.
아침 한 끼는 제대로 섭취하고 나머지 두 끼는 간단하게 끝내는 식이다.
그런데 어제는 세 끼 모두 평소처럼 많이 먹었다.
아침엔 붕장어 구이가 맛있다는 핑계로, 점심은 아들이 삼계탕을 원한다는 핑계로, 저녁은 해야정류장에서 고칼로리 짬뽕 우동...
게다가 여수 여행을 하는 하루 종일 주전부리가 끊이질 않았었다.
어제로 끝이 아니다.
아들의 섭취계획표(?)에 따르면 내일은 피자집, 모래는 뷔페, 글피는 중국집에 같이 가야한다.
그냥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칼로리나 소비하자하고 무등산에 가려는데 내자가 같이 가잔다.
내자의 수준을 감안하여 산행지는 중머리재로 정했다.
백운암터 아래 께에서 쉬고 있는데 국립공원직원이 잰걸음으로 올라간다.
5분 뒤에는 119대원 두 사람도 역시 급한 걸음으로 올라간다.
누군가 다쳤나 보다.
중머리재에 이르니 계단 위에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한 다음 넓은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곧이어 멀리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
중머리재 약수터 쉼터에 앉아서 김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놀다가 하산을 한다.
장불재 위쪽 하늘이 쾌청한데, 갑자기 맑아진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보는 하늘은 눈높이 하늘보다 맑은 법이다.
보리수, 사위질빵, 씀바귀, 누리장나무.
자동 초점으로 두고 비자나무 열매를 찍었으나 초점이 맞질 않았다.
올해 초 하산 중에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진 적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는 본체와 렌즈가 분리되어 땅바닥에 나뒹굴었는데 그 이후론 매크로렌즈의 상태가 별로다.
까마귀 머루 꽃이다.
머루와 개머루 중에서 가장 정이 가는 녀석인데 이제야 꽃을 피우고 있다.
마(chinese-yam) 열매란다.
처음보는 녀석인데 미역줄나무의 열매와 비슷하게 생겼다.
참고로 참마 (japanese-yam) 열매는 마 열매와 전혀 다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