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나들이

양림역사문화마을

레드얼더 2014. 10. 18. 22:45

일시: 2014년 10월 18일 토요일
장소: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역사문화마을



지난 여름 아들의 대학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내려 왔었다.
다음 날 집에 들어온 아들 녀석에게 어딜 갔었냐고 물어보니, 게임방에서 게임을 했단다.
어이가 없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도시에서 놀러온 지인과 함께 찾을 만한 곳이 광주에 있을까?

아시아 문화전당이 완공된다면 그나마 갈 곳이 한 군데는 생길 테지만, 그것만으로 사람들을 끌기는 어렵다.
그래서 광주시에서 생각한 것이 양림동에 산재한 관광 자원을 육성하자는 것이었다.
이름하여 양림역사문화마을이다.






일제강점기에 광주군 효천면 양림리였다가 이제는 광주시 남구 양림동.

양림동에는 문화행사가 많다.
많은 행사중에서는 8월에 열리는 광주 사직 국제 포크음악제와 매년 가을에 펼쳐지는 굿모닝 양림이라는 축제가 제일 큰 행사일거다.
특히 굿모닝 양림은 올해 4회를 맞는 광주지역 유일의 인문학 축제로서 포장마차와 잡상인들이 보이지 않는 차분한 축제다.

2014 굿모닝 양림도 즐길 겸 이번 주 주말 나들이는 양림역사문화마을 탐방으로 했다.
시작은 여기, 충현원 앞이다.




충현원은 호남신학대 정문 옆에 있다. (지도를 클릭하면 커집니다. 사진출처 -굿모닝 양림 2013 사이트)



양림산과 호남신학대


양림산은 서양에서 들어온 야소교가 100년 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다.
바로 옆 사직산의 사직공원에는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사직단이 있다.
즉, 서양 귀신과 우리 전통 귀신이 공존하는 곳, 이곳이 양림동이다.

양림산은 산 자체로는 낮고 볼품없는 작은 산이지만 족히 20 m에 달하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우거진 나름 매력이 있는 산이다.
개인적으로는 드문 종의 나무딸기를 찾은 탓에 아마 내년에는 양림산을 자주 찾을 것 같다.






오엽딸기다.
여름에 익은 열매의 색을 봐야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겠지만, 언뜻 보기엔 토종 오엽딸기가 아닌 서양 오엽딸기 같다.

누가 심어 놨을까?
지난 여름 아들과 유럽여행 중에 서양 오엽딸기를 봤었다.
이미 열매가 익어가고 있어 꽃을 보지 못함이 무척 아쉬웠는데, 내년엔 꽃봉오리부터 개화된 꽃까지 담을 수 있을 것이다.




EPL 아스널의 홈구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쇠담장에서 담은 서양 오엽딸기






백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 은단풍(Canadian Maple Tree)은 지름 1.5 m 둘레 5 m에 달하며 미국 선교사 윌슨이 고향에서 종자를 가져와 심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 어느 여름 낙뢰로 고사되었으나, 은단풍에는 씨앗이 썩어가는 몸체에 뿌리를 내려 부활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양림숲의 자원으로 보존하고자 고사목의 시설을 보완하고 산에서 채취한 후계목을 심었다. (은단풍이야기 안내판)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양림동에는 400년이 넘은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기독교에서 신성시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양림동 개신교 선교 역사가 110년 정도라서, 양림동 호랑가시나무는 개신교와는 상관이 없는 나무다.
참고로 가시나무는 참나뭇과지만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뭇과로서 가시나무와 이름은 비슷하나 관련이 없는 나무다.






제중로 47번길


몇년 전 가족과 자전거를 즐기던 때가 있었다.
내 주제에 싸이클이나 산악자전거야 말도 안되고,
그냥 아저씨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따라 오르내리다가 그마저 지겨워지면 자전거로 시내 골목 여행을 즐기곤 했었다.
구시가지나 외진 곳에는 소소한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특히 양림동 주변에 아주 많다.




전에는 무인 카페 다형다방이었는데, 지금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양림은성유치원과 금목서


양림은성유치원에 가까워지면서 꽃내음이 코를 찌르더니 최승효 가옥에 들어서니 정신까지 혼미하게 한다.

금목서... 한 그루만 있어도 주변이 온통 꽃 향기로 가득찬다는 그 나무.
꽃향기가 만리를 퍼진다고 해서 만리향이라고도 한다.
처가에도 한 그루가 있었는데 장인어르신의 떠나시던 해에 금목서도 죽었다.
나무도 주인을 따라 나선다는 말을 들은 적 없으니 우연이었겠지만...








이장우 가옥 - 광주시 민속자료 제1호







땅에 묻힌 김장독이다. 김치냉장고인 셈이다.




최승효 가옥 - 광주시 민속자료 제2호









독립운동으로 가세가 기울면서...


돈과 헛된 명예만 숭배하는 사회에서 친일파, 정확히 말하자면 일제 부역자 집안은 흥하고, 독립운동가 집안은 망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지사.





양촌길과 서서평길 모퉁이





오월 어머니집





양림교회 구관과 오웬기념각


양림교회는 110년의 역사를 가진 야소교 예배당이다.
첫 예배에 40명의 인근 신자들이 참석하고 200여명의 구경꾼이 몰렸었다고 한다.

양림교회내에는 오웬 기념각이 있는데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되어 있다.
마침 오늘 오웬기념각 옆에서 다형 김현승 문학세계 출판 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내자가 가서 책을 한권 받아온다.









사직공원과 양림동 양림길


천변 양림 파출소 옆에는 동굴이 있다.
일제시대에 파놓은 방공호라는데 주중에만 개방 된다.

방공호와 양림 파출소에서 양림길을 따라 올라가면 양파정과 경찰 충혼비가 있으며 아래로는 통키타 거리가 있다.
정충신 장군 시비를 지나 계속 오르면 사직공원 팔각정이 나오는데, 지금은 팔각정을 헐고 새로운 전망대를 짓는 중이다.
전망대는 4월 초부터 완공된다고 하더니 계속 완공이 미뤄지고 있다.






충장로가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시호를 딴 것이라는 아는 사람은 많지만, 금남로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금남로는 금남군 충무공 정충신 장군의 군호를 따서 지은 길 이름이다.

정충신 장군은 군호와 시호로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명성을 떨친 분이었지만, 출신이 천민이었는지라 글을 배우지 못했다.
말단 병졸로 권율 장군의 휘하로 들어가 권장군의 노복처럼 지내다 1592년 임진왜란때인 17살에 공을 세워 면천을 받아 평민이 된다.
이후 이항복 문하에서 공부를 시작하여 무과에 급제하였다고 하니, 요즘 만화의 주인공을 뺨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던 분인가 보다.

사직공원에는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시비[詩碑] 등 시비가 많다.
인원이 10명 이상 되면 2시간 동안 광주공원-시직공원-양림동산의 시비를 탐방하는 양림사직 시비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광주 사직단





다시 양림동 둘레길로...




양림 미술관 별관





가을 숲속 음악회


사직공원 숲속 공연장.
여기서 가을 숲속 음악회가 열렸다.
과거 사직공원 수영장이 있던 자리인데, 이제는 숲과 하늘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둘러앉아 야외공연을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으로 바뀌었다.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잔치가 끝난 뒤 다시 찾은 숲속 공연장



대략적인 양림역사문화마을 탐방을 마쳤다.
나머지 부족한 것은 다음 주로 넘기고...

양림동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있거나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무등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김정호의 광주 역사산책 19 양림동 문화마을(1)과 (2), 2013. 11.21을 읽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