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규봉과 규봉암
무등산을 헤매고 다닌지 이제 삼년째.
평소엔 그냥 지나치다가 불과 서너달 전 처음으로 규봉암을 들러 그 아름다움에 빠진 후 오늘로 여섯번째 탐방이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니, 들를 때마다 카메라에 담아오지만 여지껏 내 맘에 쏙 드는 사진 한장 얻지를 못했다.
광각렌즈만 있다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연장 핑계로 버텨왔으나, 광각줌을 들고 간 오늘도 맘에 드는 사진 한장 없기는 마찬가지...
이제는 타고난 재주가 얕음을 한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을 듯 싶다.
장불재에서 규봉암쪽으로 1.3 km를 가면 석불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석불암 방향으로 올라가자.
이 길로 가면 석불암과 지공너덜, 그리고 보조석굴을 거쳐서 규봉암에 갈 수 있어 좋다.
이정표의 거리 표기가 잘못되어 있다.
Km는 km가 바른 표기법이며 숫자와 km는 띄어 써줘야 한다.
즉, '0.3 km 석불암'으로 적어야 한다. 근데 석불암은 Temple(사찰)이고 규봉암은 Hermitage(암자)였네?
비록 규봉암에는 대웅전이 없이 관음전만 있지만, 규모로 보자면 규봉암이 사찰에 가깝고 석불암은 암자 같은데 말이다.
무등산에는 두개의 큰 너덜이 있다.
덕산너덜과 지공너덜이 그것인데 이곳은 지공너덜이다.
너덜은 바위가 흐르는 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너덜의 바위는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억겁의 세월을 두고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는 중이리라.
덕산 너덜 옆에는 보조석굴이 있는데 보조국사가 송광사를 창건하기 앞서 참선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공너덜 또한 지공대사와 라옹선사에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고 있으니 지공너덜과 보조석굴 좌우로 석불암과 규봉암이 위치한 것이 그저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보조석굴에서 100미터쯤 더 가면 규봉과 규봉암이 나타난다.
규봉을 보지 않고서는 무등산을 다녀왔다는 소리를 하지말라고 할 정도로 규봉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규봉에는 광석대, 은신대, 풍혈대, 설법대 등 10개의 대(臺)가 있으며 바위틈틈에 자라는 나무와 규봉암이 어우러져 한폭의 멋진 산수화가 펼쳐진 듯 하다.
오늘 규봉은 겨울이라 낙엽이 져서 그 형체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있어 또 다른 맛이 있다.
벌거벗은 속살을 드러낸 규봉이랄까?
담너머 보이는 마을이 화순군 이서면 보월리다. 담에 바싹 붙어서 내려다보면 이서면의 다른 마을인 영평리, 안심리, 인계리도 보인다.
규봉암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영평리인데, 거기서는 1시간 30분이면 규봉암에 오를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규봉암도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에 속한다.
사진? 까짓거 다음에 또 와서 찍으면 되지.